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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vs <유령>│지금 모니터 앞에 선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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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도 컴퓨터를 켜고,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인터넷에 접속한다. 기사를 클릭하고, 댓글을 남기며 트위터에서 재잘댄다.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곳에서는 불안을 느낄 정도로 사이버 세계에 깊숙이 연결된 사람들은 그곳에 흔적을 남기고,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비밀로 자라난다. 누구도 지배하지 않지만 누구나 조종할 수 있는 세계. 그곳에서 진실이라는 오아시스를 찾아나선 김우현(소지섭)의 여정은 그대로 우리의 것이 된다. 지금 모니터 앞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한 SBS <유령>의 궤적을 윤이나, 조지영 TV평론가가 짚어보았다. /편집자주


since 1999. <유령>의 모든 일은 1999년에 시작되었다. 촉망받는 경찰대생이었던 박기영(최다니엘)이 경찰 내부의 비리를 안 뒤 자퇴를 하고 해커가 된 것도 1999년이었고, 조현민(엄기준)의 아버지가 동생 조경신(명계남)의 계략에 넘어가 세강 그룹을 넘겨주고 타살이나 마찬가지인 자살을 택한 것도 1999년 이었다. 그 1999년은 Y2K 버그의 공포가 지배했던 세기말이기도 했다. 이 공포는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았던 이전에는 없었던 종류의 것이었다. 이는 실제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 되어 컴퓨터로 제어되고 있는지를 대중에게 확인시켜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이후로 13년이 지났고, <유령>은 개인의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일이 “머릿속을 보는 거나 마찬가지”인 세상에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수많은 유령들이 떠도는 사이버 세계


<유령> vs <유령>│지금 모니터 앞에 선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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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첫 사건이자 가장 중요한 사건인 신효정(이솜) 살인사건을 둘러싼 비밀과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은 그 13년 간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정보가 있는 그대로의 의미에서 ‘빛의 속도’로 퍼져나갈 수 있는 망이 갖추어지자, 컴퓨터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들이 생활의 필수품이 되면서 인간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0과 1사이”에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13년의 시간 동안 이 변화를 감지하고 철저하게 이용할 준비를 마친 조현민은 돈 이상의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조현민에게 ‘유령(팬텀)’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지어준 <유령>의 작명 감각은 탁월하다. 조현민은 눈에 보이지만 실체는 보이지 않는 존재다. 김우현(소지섭)이 그가 진범인 것을 알아도 그를 잡지 못한다. 모든 증거와 흔적을 조작할 수 있는 세계에서 조현민은 신기루와 같다.


하지만 디지털 세계의 유령은 조현민 만이 아니다. 유령을 ‘이름뿐이고 실체는 없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대중 혹은 네티즌이라는 이름 안에 자신을 숨긴 악플러들이나 사이버 세계에 가짜 이름으로 존재하는 그 누구라도 유령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성연고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의 욕망은 반드시 조현민이 아니어도 조종하고 이용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유령>의 진짜 공포다. 해킹을 위한 바이러스는 디지털 세계에서 충족시키려는 개인의 내밀한 욕망을 통해서, 그리고 그것을 애써 숨기려는 더 큰 욕망을 숙주 삼아 뻗어나갔다. 사이버 세계에서 유령으로 남아있고픈 대중의 욕망이 존재하는 한, 조현민의 보이지 않는 권력은 유지될 수 있다. 그리고 조현민이 가진 신적인 권력은 클릭 한 번, 터치 한 번으로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개인에게로 축소 이양된다. 악플러에 대한 사적인 복수를 감행한 남자나 번호와 아이디 뒤에 자신을 숨기고 친구들을 조종한 학생은 조현민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어떤 유령이 될 것인가


이 세계에서는 오직 김우현만이 다른 의미의 유령이다. 김우현이 조현민이나 그와 같은 부류의 유령들과 다른 것은 무엇인가를 숨기려는 욕망이 아니라 진실을 밝혀내려는 욕망으로 인해 생겨난 존재라는 사실이다. 김우현이 되기 전, 박기영은 하데스라는 해커였고 당연히 자신의 실체를 숨겨야 하는 유령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정보나 사이버 세계에서의 능력을 진실을 파헤치는 일이나 현실의 더 나은 변화를 위해 사용했다. 김우현이 된 이후로도 마찬가지다. 김우현이 진실을 향해 다가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더욱 위험해진다. 어쩌면 김우현의 가면을 쓰고 있는 박기영은 자신이 아닌 가면이 지은 죄 때문에 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김우현이 된 박기영은 모든 것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면 할 수 있는 데까지 의심하며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 보려고 한다. 그가 “소설을 한 번 써보자”고 말할 때, 그건 0과 1 사이에 남은 무수한 증거들을 조합해 “트루 스토리”에 다가가 보자는 의미다. 그래서 <유령>에서 절대 권력의 팬텀에 맞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현실과 맞물려 돌아가고 때로 현실을 지배하기도 하는 사이버 세계에서 어떤 유령이 될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다. 드라마 속 인물의 선택은 <유령>의 남은 6회를 결정짓겠지만, 보는 이들의 선택은 현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since 2012. <유령>이 비로소 시작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글 윤이나


<유령>의 세계는 혼란스럽고, 한치 앞을 알기가 어렵다. ‘팬텀(Phantom)’은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표면과 이면이 다르고, 이미지와 실체가 다른 세계에서, 진실의 행방은 묘연하다. 그리하여 희생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을 수도 있고, 멀쩡한 증거들은 엉뚱한 가해자를 지목한다. 극중에서 한국 사회를 긴장시켰던 디도스(DDOS) 공격은, 알고 보면 디도스인 ‘척’하는 공격이었고, 남상원(권태원) 의 죽음은 과로사인 ’척’하는 타살이었으며, 사이버 수사 1팀은 도청을 염두에 두면서, 도청을 모르는 ‘척’ 대화를 나누어야 했고, PC를 보호하는 백신인 ‘척’하던 세이프텍의 백신은 사실 해킹 프로그램이었다. 게다가 수사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김우현(소지섭)인 ‘척’하는 박기영(최다니엘)이다.


불신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이름, 유령


<유령> vs <유령>│지금 모니터 앞에 선 당신에게

바꿔 말해 <유령>의 세계는 불신의 세계다. 의심이야 말로 이 세계의 첫 번째 교리이며, 믿음은 거의 항상 배신당하는 덕목이다. 피아(彼我)를 구분하기 어려운 이 곳에서, ‘그런 짓을 저지를 리 없는 사람’이란 없다. 존경 받는 특수수사과 과장이었던 김석준(정동환)도 세강 그룹 정치비자금 사건의 관련자였으며, 그 아들이자 뼈 속까지 경찰인 김우현도 남상원의 피살에 연루되어 있는 가 하면, 사이버 수사 1팀의 증거 분석을 담당하던 강응진(백승현)은 되려 중요한 증거를 빼돌리고, 용의자 염재희(정문성)의 독살을 감행한다. 배신의 정점에는 ‘팬텀’ 조현민(엄기준)이 있다. 그는 아버지(전인택)를 배신했던 사람들을, 유사한 방식으로 배신하고 압박한다. ‘자신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믿지 말라’ ‘이용이 끝나면 가차없이 폐기처분하라’ 던 부친의 말을 무섭게 실현하는 조현민은, 자본과 정보를 틀어쥔 절대 권력자의 모습으로,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사람이건 조직이건 필요 가치가 다하면 가차없이 죽이고 버린다.


<유령>에서 온갖 불법과 비리를 자행해온 재벌 조경신(명계남)보다 조현민이 더 무서운 것은, 재계와 정계, 법조계와 언론계를 단단하게 에워싼 검은 돈의 카르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개인의 머리 속, 그 일거수 일투족까지 통제하고 장악하려는 가공할 권력까지 넘보기 때문이다. 무소불위 팬텀의 유혹은 대체로 ‘거절 못할 제안’이다. 조현민은 개인이 끝내 잃기를 두려워하는 것, 무서워하는 것을 교묘하게 건드린다. 왜 조현민에게 협업하냐는 김우현의 질문을 받은 임치현(이기영) 검사는 이렇게 말한다. ‘김경위님은 돈이 제일 무섭습니까? 난 돈은 무섭지 않아요. 정말 무서운 건 따로 있습니다'. 개인의 공포까지 쥐락펴락하는 팬텀에게는, 현재까지 어떤 약점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를 향한 무서운 경고


그런 팬텀에 맞서는 사이버수사1팀의 힘은 약하기 그지없다. 대관절 팬텀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데만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어렵게 어렵게 잡은 증거들을 허무하게 빼앗기거나 유력한 용의자는 자꾸만 죽어 나간다. 와중에 내부에 희생자까지 생기고, 그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조현민에게 포획된 스파이까지 나왔다. 도무지 승산이 없는 싸움 같다. 그러나 경찰청 ‘미친 소’ 권혁주(곽도원)와 박기영은 지치지 않는다. 경찰과 해커라는, 상극의 운명에서 연대로 나아가는 이 기묘한 조합은, 극의 실낱 같은 희망이다. 이들은 자기 이익의 극대화라는 논리로 움직이는 ‘팬텀’ 진영과는 전혀 다른 동력으로 움직인다. 애초에 그 동력은 자신의 이익과는 무관하므로, 권혁주-박기영을 중심으로 한 (스파이를 제외한) 사이버수사1팀의 팀웍은 작지만 단단하다.


지금, 여기 한국 사회의 추악한 환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유령>은 불가능한 싸움에서 우리에게 남은 패는 무엇인지, 당신이라면 팬텀의 거절 못할 제안을 거부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하지 않으면 점점 더 강력해지는 팬텀과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을 역설한다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우리가 잊지 않고 있다고 고집부리지 않으면, 세상은 결국 크고 작은 팬텀에게 점령당하고 말 것임을, 무섭게 경고하고 있다. 드라마가 끝나도, 모니터가 꺼져도 남은 우리에게 계속될 질문과 경고일 것이다.
글 조지영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10 아시아 글. 조지영(TV평론가)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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