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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앓] 제가 빠진 건 소지섭이 아니라 ‘미친소’ 곽도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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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앓] 제가 빠진 건 소지섭이 아니라 ‘미친소’ 곽도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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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_QMARK#>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SBS <유령>에서 ‘소간지’ 소지섭을 놔두고 ‘미친소’ 곽도원에게 빠진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수트하면 소지섭, 훤칠한 키하면 소지섭, 눈빛하면 소지섭, 매일 매일 소지섭 노래를 불러도 시원찮을 판에 저 혼자 권혁주(곽도원) 팀장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권혁주 팀장이 눈에 불을 켜고 “이 새끼”, “개수작”이라 소리 지를 때마다, 이런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귀여워 죽겠습니다. 혹시 저, 더위 먹은 건가요? (서초동에서 이 모양)

[Dr.앓] 제가 빠진 건 소지섭이 아니라 ‘미친소’ 곽도원이에요


단적으로 비교해 볼까요? ‘소간지’ 소지섭이 ‘수트빨’ 종결자라면, ‘미친소’ 곽도원은 ‘수컷빨’ 종결자거든요. 권혁주 팀장은 기존 강력반 형사의 마초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의외로 날렵하고 촉이 좋은 형사입니다. 경찰청에 몰래 들어 온 박기영(최다니엘)이 잠깐 스쳐지나갔을 뿐인데 “거기? 잠깐만요”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결국 김우현 행세를 하고 있는 박기영(소지섭)이 자신의 정체에 대해 먼저 실토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권혁주 팀장입니다. 절대 시도 때도 없이 주먹을 휘두르거나 방언 터진 것 같은 화려한 언변으로 상대를 억압하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매우 화가 났으니 나의 심기를 잘못 건드렸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라는 장황한 말을 “이 무슨 개소리일까?”, “야야야야야 너 지금 무슨 개수작 하는거야?”, “요즘엔 정장 입고 앰뷸런스 모냐?”처럼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질러댑니다. 그게 더 무서운 법이거든요. 특히 “나 지금 상당히 빡- 돈 상태거든? 그냥 말할래, 처맞고 말할래?”는 소지섭의 명대사인 “밥 먹을래, 나랑 뽀뽀할래? 밥 먹을래, 나랑 살래? 밥 먹을래, 나랑 죽을래?”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죠. 소지섭처럼 단정하진 않지만 마치 자연 바람에 말린 것처럼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헤어스타일은 그의 야성적인 매력을 부각시키고, 소지섭처럼 정장이 어울리진 않지만 두툼한 목살이 돋보이는 검정색 브이넥 셔츠는 그를 상처받지 않은 섹시 카리스마 팀장으로 만들어줍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천하의 최민식(최익현 역)을 화장실에서 무릎 꿇게 만들고 욕설과 발차기를 생활화했던 조범석 검사에게서 알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어요.

[Dr.앓] 제가 빠진 건 소지섭이 아니라 ‘미친소’ 곽도원이에요


24시간 CCTV가 감시하고 있는 해명 리조트 별채 외부처럼 “물 샐 틈이 없는” 사람인 것 같지만 이 남자, 예상치 못한 순간에 ‘츤데레’ 모드를 작동합니다. 박기영은 전혀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괜히 혼자 “됐어, 도와줄 생각하지 마. 해도 내가 한다고”라고 큰소리칩니다. 제발 나 좀 도와달라는 신호죠. 한영석(권해효) 형사의 타살의혹을 밝히기 위해 자동차 해킹 실험을 할 때도 뒷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X자 모양으로 두 개나 매는 거 보셨어요? 평소에는 귀신도 때려잡을 것 같은 포스를 풍기더니 이럴 땐 꼭 롤러코스터 처음 타는 중학생 같다니까요. 물론 한영석 형사가 죽었을 때 가장 먼저 현장으로 뛰어가 떨리는 목소리로 “한 형사님! 한 형사님!! 한 형사 나오라고!!!” 울부짖었던 사람도 권혁주 팀장이었습니다. 알고 보면 여린 남자, 귀여운 남자, 인간미 넘치는 남자인 거죠. 못 믿겠다고요? 트위터에서 ‘같은 옷 다른 느낌’ 애드리브가 웃겼다고 칭찬해주면 “담에 또 해야쥐~ㅋㅋ”라며 뿌듯해하고, “곽도원 아저씨!!!”라고 부르면 “오빠라고 해라~ 좋은 말 할 때... 해봐!!!!”라고 조금 무섭게 투정부립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직접 만나게 되면 꼭 오빠라고 불러주세요. 그러면 아마도 이렇게 대답하겠죠. “이 녀석, 진짜 마음에 드네? 어?”
<#10_LINE#>
앓포인트:[곽도원의 경찰청 언어특강: 이 새끼 마음에 드네?]


기본개념: 수갑 채우는 일만 남은 줄 알았던 용의자를 코앞에서 놓쳤을 때 자동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반어법. 입으로는 “이 새끼 이거 마음에 드네? 어?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어”라며 상대방의 날렵한 도주를 칭찬하지만, 화자의 진짜 감정 상태는 무자비하게 박스를 걷어차는 오른발에 담겨있음을 명심하자.


심화학습: 도주보다 한 단계 높은 수위의 뒤통수를 맞았을 때 ‘공기 반 소리 반’ 성분이 함유된 웃음소리와 함께 내리는 자가진단. 자신이 수집한 증거를 역이용해서 위기상황을 피한 동료에게는 “이 새끼 이거 마음에 드네. 진짜 마음에 들어”라는 기본문장에 “오늘 내가 한방 먹었어. 오우-케이 인정”이라고 덧붙인다. 만약 일부러 가짜 정보를 흘린 피의자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땐 우선 “하아...”라는 탄식으로 숨을 고른 후 “염재희, 뭐하는 놈이지, 이거? 이 새끼 이거, 날 가지고 놀았네? 어?”라고 점차 데시벨을 높인 후 어금니까지 보이도록 “야하하하하하” 웃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응용문제: 겁도 없이 경찰들을 도청하고 있는 용의자들의 수법을 눈치 챘을 때, 그들의 목을 은밀하게 옥죌 수 있는 일명 ‘트윙클’ 어법이다. 도청기를 자동차 앞좌석에 ‘숨겨도 트윙클 어쩌나’, 아무리 새끼손톱만한 도청기라도 ‘눈에 화악! 띄잖아’, 너희들을 조종하는 조현민(엄기준)이 ‘베일에 싸여 있어도오오오오’, 그게 다 보이는 ‘나는 트윙클 티가 나’라고 부르면 된다. 분노를 억제할 수 없을 땐 샤우팅을, 당장이라도 그들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싶을 땐 손목 돌리기 안무를 할 것.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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