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11회 수-목 SBS 밤 9시 55분
삭제되었던 데이터는 현실의 다른 증거들과 달리 원본과 온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복제되어 돌아왔다. 디지털 정보가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던 <유령>의 지난 이야기들은 이 살아 돌아온 데이터의 복선이 된다. 사이버 수사대의 기본 방침인 하드디스크 복사처럼 <유령>의 세계에서 과거는 하나의 원본이 되어 현재라는 복제품을 만들어낸다. 조현민(엄기준)이 모든 증거들을 조작해 만들어낸 세계는 13년 전 자신의 아버지가 죽음을 선택하게 했던 과거의 복제품이었다. 조현민은 조경신 회장(명계남)에 대한 복수를 위해 아버지의 죽음의 정황을 복제한다. 과거의 범죄는 현재의 범죄를 야기하고, 현재의 범죄자는 자신의 범죄를 가리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반복한다. 비밀을 덮기 위해 조현민이 선택한 것은 한 형사(권해효)를 죽이는 것이었지만 죽음은 침묵이 아니었다. 죽은 한 형사가 남겨놓은 흔적들은 권혁주(곽도원)와 박기영(소지섭)을 현재의 원본인 과거의 진실로 이끈다.
김우현의 모습으로 김우현의 비밀을 캐는 박기영은 김우현의 복제품이다. 과거 김우현과 연관된 세강그룹 비자금 사건은 박기영의 과거와도 연관된다. 그러나 완전히 똑같이 복사될 수 있는 것은 하드디스크에 새겨진 데이터뿐이다. 김우현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김우현이 혼자 비밀을 간직하고 죽은 것과 달리 박기영은 자신의 비밀을 권혁주에게 밝힌다. 한 형사가 남긴 동일한 증거를 추적하면서도 김우현의 얼굴을 한 박기영은 권혁주와 계속해서 어긋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대립의 끝에서 박기영이 선택한 것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것은 친구 김우현마저 의심할 수밖에 없는 “그럴 리 없는 사람은 없는” 세상에서 박기영이 권혁주를 믿기로 결심했음을 보여준다. 복제와 조작을 넘어 신뢰가 새로운 팀을 만들었다. 이 수사팀은 조작되지 않은 진짜 원본과 마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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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지예(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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