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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아버지, 다시 취업전선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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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아버지, 다시 취업전선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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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재주 있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며칠 전 '카타르시스'란 단어를 꺼냈다. "재벌을 과도하게 때려 해외로 나가게 되면 카타르시스를 느낄지는 몰라도 남는 게 없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주장에 '카타르시스'를 앞세워 한 방 먹인 것이다.


의학용어인 '카타르시스'를 보통명사로 끌어다 쓴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시학'에서 비극(悲劇)은 공포와 연민을 부르고, 나아가 감정을 정화(카타르시스)한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가 비극의 장르에 들어가는지 의아스럽지만, 재벌개혁론에 감정의 정화를 체험할 사람은 적지 않을 듯하다. 대선을 앞두고 여론에 예민해진 정치권에서 여ㆍ야 불문하고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이유가 뭔가. 그런 슬로건이 표가 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아 챈 때문이다.

정치판보다 극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곳은 방송 드라마다. 드라마(또는 연극, 영화)는 현실을 복제하고 풍자하고 고발하면서 보는 이의 가슴을 흔든다. 관객이 극에 공감하면서 주인공과 일체감을 이룰 때 카타르시스는 절정에 이른다고 비평가들은 말한다.


요즘 한 편의 TV드라마가 화제다. 시청률이 20%를 넘어섰다. 그만큼 공감하고 빠져든다는 얘기다. 권력만을 향해 달려온 대권 도전자, 세상을 농락하는 재벌 총수, 비겁한 검찰, 휘둘리는 언론. 이에 온 몸으로 맞서는 탈옥수. 월화드라마 '추적자'다.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난 10일 '추적자'에서는 대선 투표가 시작됐다. 가난한 이발소 집 아들로 태어나 재벌 사위가 되고, 거짓과 타협치 않고 국민만 바라보겠다던 강동윤. 그가 청와대 문고리를 잡으려는 순간, 드라마는 반전된다. 가면이 벗겨지고 악의 실체가 드러난다. 그는 과연 대권을 움켜쥘 것인가.


어디서 본 듯한 대통령 후보. 그의 위선은 대선 후보가 난립한 지금의 실제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그를 둘러싼 재벌은 또 어떤가. 무소불위 권력화한 모습에서 작금의 재벌개혁 논란을 떠올린다. 이들과 맞서는 주인공 백홍석. 거악과 상대하기엔 너무나 미약한 존재다. 보통시민, 그저 평범한 아버지다. 그런 그가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 거친 세상 힘센 놈들과 마주선다. 오직 하나, 억울하게 숨진 딸을 가슴에 품고서.


아버지의 힘이다. 가족을 위해 생명을 건 아버지. 그는 결코 포기하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 용감한 아버지, 그런 영웅이 얼마나 그리웠나. 카타르시스가 자기와의 동질화를 통해 이뤄진다면, '영웅이 된 아버지'는 이 나라 움츠러든 아버지들의 완벽한 카타르시스 모델이다.


하지만 영웅을 그리는 시대는 영웅이 없음을 드라마는 역설한다. 고단한 삶, 떨어진 체신은 이 땅의 아버지를 주눅들게 한다. 낮밤 없이 일 했지만 남은 게 뭔가. 전세 값 뛰는 게 서럽고, 빚 얻어 장만한 집은 웬수가 됐다. 추레한 기러기 아빠, 백수 자식,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직장. 은퇴기에 들어선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만 716만명. 그보다 젊은 2차 베이비부머 X세대(1968~1974년생)도 사정은 닮은 꼴이다. 그들의 55%는 노후준비는 손도 대지 못했다고 말한다. 은퇴 후 30~4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 막막할 따름이다.


지난달 50대 이상 취업자가 46만명 늘었다고 한다. 전체 취업 증가 수 36만명을 뛰어넘는다. 어찌된 일인가. 벌어 놓은 돈도, 수입도 없는 아버지들이 너나없이 생활전선에 뛰어든 결과다. 오늘도 그들은 예전같지 않은 몸을 이끌고 치킨집 셔터를 올리고, 핸들을 잡는다.


꿈, 사람, 저녁, 경제민주화…. 구호는 빛난다. 그 뒷편에는 일에 묻혀 청춘을 불사른 어깨 늘어진 아버지들이 있다. 그들도 많이 아프다. 위로의 말 한마디가 그립다.






박명훈 주필 pmho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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