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콩값은 이미 2008년 수준으로 폭등했다. 옥수수 가격도 최근 한 달 새 40% 뛰었다. 밀 가격은 6월에만 20% 올랐다. 남미와 미국 등 세계 주요 곡창지대에 지속되고 있는 고온과 가뭄 등 이상기후 때문이다.
곡물 파동은 당장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비실거리는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악재다. 곡물가격 급등은 식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애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소비를 위축시킨다. 대체 에너지인 바이오에탄올의 주 원료인 옥수수 가격 급등은 에탄올과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린다. 안정된 물가를 바탕으로 추가 부양책을 고심하던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물가상승이 현실화하면 부양 카드를 내려놓을 것이다. 하반기 우리나라 수출 기상도를 더욱 흐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 곡물가격 급등은 고스란히 국내 수입물가에 전가된다. 두부ㆍ빵ㆍ국수 등 식료품과 외식비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식품 물가가 오르면 내수가 위축돼 저성장 속 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 2008년에도 급등한 국제곡물 가격이 몇 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됐다.
문제는 곡물가격 급등세가 쉽게 가라앉지 않으리란 점이다. 2008년 일부 국가에서 폭동 사태를 빚은 식량쇼크가 신흥국 수요증가로 촉발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날씨라는 통제 불가능한 공급부족 요인이 겹쳐서다. 더구나 가뭄과 폭우, 폭염과 혹한, 강풍 등 농산물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기상이변은 더 이상 이변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주 나타난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이 26.7%에 불과한 우리로선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보다 정교한 수요예측 시스템을 만들어 국내 농산물 공급이 들쑥날쑥해 가격 변동이 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개발지 경작과 기술개발 투자 등 식량 증산을 유도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한정된 토지에서 곡물 자급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해외생산과 유통물량을 포함한 곡물 자주율을 높이는 데에도 신경써야 한다. 석유처럼 곡물도 무기화ㆍ투기화한 지 오래다. 해외 식량기지를 통한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적극 꾀할 때다. 대기업들이 국제 곡물시장에 관심을 갖고 진출하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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