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1. 2년전 분양받은 아파트를 세놓은 A씨. 임대차기간이 만료돼 집을 보러갔더니 아이들로 인해 거실마루가 긁히고 사방벽면의 낙서로 새로 세입자를 들여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A씨는 세입자에게 벽지와 바닥 전체를 수리하고 나가라고 했지만 세입자는 수리비 일부만 부담하겠다고 주장한다. A씨는 법적 소송을 하는 대신 서울시에 조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2. 임대차 계약을 한지 한 달이 지난 B씨. 집안 벽에 흐르는 물과 곰팡이로 주인에게 수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사는 사람이 알아서 고치라며 들여다보지도 않고 있다. 소송을 생각한 B씨는 복잡한 절차가 번거로워 결국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상담실을 찾을 예정이다.
서울시가 집주인과 세입자 다툼에 중재자로 나서며 나타나는 변화다. 집주인과 세입자간 전·월세금 책정, 집수리 비용 부담 문제 등의 분쟁이 잦고 소송으로 비화될 경우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16일부터 ‘간이분쟁조정제도’를 도입, 임차인의 권리보호와 주거안정에 나선다. 서울시 주택임대차상담실이 주관·운영하는 이 제도는 집주인과 세입자 양측이 전·월세금 책정, 집수리 비용 부담을 놓고 다툼을 벌일 때 중재역할을 맡도록 했다.
앞서 서울시는 주택임대차상담실을 운영해 일평균 171명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상담건수는 2008년 2만2464건에서 ▲2009년 2만5182건 ▲2010년 3만1623건 ▲2011년 4만4113건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유형별 상담내역을 살펴보면 ▲묵시적 갱신시 임대차 계약사항이 6282건(29.3%)으로 가장 많다. 이어 ▲임대차계약 중개관련 상담 5704건(26.6%) ▲임차목적물 수선유지의무 3071건(14.3%) ▲경매시 배당관계 3031(14.1%) ▲보증금반환 1687건(7.8%) ▲차임증감청구 942건(4.4%)이 뒤를 잇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간이분쟁조정제도’를 통해 집주인과 세입자들의 상담이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정은 집주인과 세입자 양측이 모두 참여의사를 밝혀야만 가능하다. 경매시 배당관계(보증금 우선순위), 최우선 변제금 등 법률상 명확히 규정된 사항은 조정대상에서 제외된다.
진행은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파견한 전문 상담위원 3명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파견한 공인중개사 1명 등 4명이 맡는다. 분쟁 조정이 접수되면 상담위원들이 피신청인의 조정신청 수락 여부를 확인한 후 양 당사자와 상담위원 2~3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정회의가 이뤄진다. 분쟁의 경과, 조정을 신청한 취지 등 양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조정권고안을 작성한다. 이때 상담위원이 양 당사자가 합의하는 범위 내에서 조정권고안을 작성하고 상담위원과 함께 조정권고안에 서명함으로써 당사자 합의의 효력을 갖게 된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여장권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생겼을 때 주택임대차상담실을 이용하면 법원의 민사소송까지 가지 않고도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분쟁조정을 원하는 시민은 주택임대차상담실로 전화를 하거나 서울시청 을지로별관 1층 전세보증금상담센터에 있는 상담실을 직접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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