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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피난갔다

MMF·채권형 펀드 등 안전지대로 이동
아예 저축성 예금에 묶어두기도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심화되면서 시중자금이 안전지대로 몰려들고 있다. 돈이 안전한 곳으로만 쏠리면서 정작 돈이 필요한 곳에서는 ‘돈가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묶인 돈이 늘어나고 실질적인 유동성이 줄어들면 다시 경기침체를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주식투자자가 주식을 사기위해 증권사 등에 맡기는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6일 기준 16조8555억원으로 연중 최저수준으로 올해 가장 많았던 지난 2월 20조8336억원에 비해서는 20% 가까이 줄었다. 반대로 대기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에는 돈이 몰려들고 있다. MMF 설정액도 71조9811억원으로 연초 대비 35% 이상 급증했다.


펀드시장에서도 주식형 펀드에서는 돈이 빠져나가는 반면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뛰어난 채권형펀드로는 돈이 쏠리는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났다. 작년 말 95조6576억원에 달했던 주식형펀드 설정원본은 91조7088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이 기간 채권형펀드 설정원본은 10조276억원에서 10조9993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외화예금도 꾸준히 늘어 지난 4월 이미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외화예금은 대다수가 달러화 예금이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4월(평잔 기준) 외화예금은 39조962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해 1달러가 1500원을 넘어섰던 2009년 3월의 39조1161억원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아예 당분간 돈을 쓰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금이 늘어나는 모습도 보인다. 모두 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신호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계 저축성예금은 4월 말 기준 419조4939억원으로 작년 8월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면서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3년 이상 정기예금의 증가추세도 도드라진다. 4월 말 기준 3년 이상 정기예금은 13조2835억원으로 지난 2009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소폭 높을 뿐인데도 3년 정기예금액이 이렇게 증가하는 것은 아예 3년 동안 돈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 부장은 “3년 이상 정기예금은 추후 금리가 인상되기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권의 프라이빗뱅커(PB)들도 고객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날이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재연 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부장은 “최근 3개월에 4% 수준의 금리를 약속하는 사모펀드가 인기가 많다”며 “3개월 동안 돈이 묶이더라도 투자를 자제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황후자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확연하다”며 “투자자들이 신규자금을 주식 쪽으로 가져갈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일정부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지금 보유하고 있는 주식 지분을 팔고 싶어하는 투자자들도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시 거래대금이 급감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제는 시중 유동성의 순환과정에서 활력을 찾기 때문에 자금이 안전지대로만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정재우 기자 jj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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