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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공방 2R… 돈·이념 얽힌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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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당정이 복지공방 2라운드에 돌입했다. 개전(開戰)을 선언한 건 정부다. '0~2세 무상보육을 선별 지원으로 돌려야 한다'는 발언으로 여의도를 뒤집어놨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정부도 쉽게 물러날 기세가 아니다. 이번 기회를 무상시리즈 타파의 호기이자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어서다. 결국 이번 논쟁은 '돈 문제'인 동시에 무상복지에 대한 '이념의 문제'인 셈이다.


시행 4개월만에 0~2세 전면무상보육이 좌초 위기를 맞은 건 3일 정부의 돌발발언이 나온 뒤부터다. 이날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은 현장 방문 자리에서 "기존 보육지원 체계를 전면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예산실 당국자는 "0~2세 영아에 대한 보육비 지원 방식을 손질할 것"이라면서 "선별 지원으로 방향을 틀면 지금은 지원을 받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지원을 못 받는 아이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 내에선 "작정하지 않고서는 이 정도 발언이 나오기 어렵다"면서 "예산실 내에서도 사전 교감이 없었던 일이라 당황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뒷말이 나왔다.


김 차관의 발언은 정치권을 헤집어놨다. 지난 4·11 총선 당시 경쟁적으로 무상 시리즈를 내놓은 정치권은 정부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야당보다 여당의 기류가 더 강경해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반 년도 못갈 약속을 했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4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무상보육을 4·11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면서 "무상보육은 다음 정부에서 완성되는데 현 정부 차관이 반대하면 안 된다"는 말로 재정부의 침묵을 종용했다.


그는 이튿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직접 예비비를 투입하거나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하게 한 뒤 이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무상보육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 의장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는 반대했지만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하라고 정부에 촉구했고 그렇게 되리라 본다"면서 "어떤 방법이 됐든 최대한 신속히 해결한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도 김 차관을 정조준했다. 나 부의장은 당 민생경제종합상황실 회의 직후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당국의 입장을 모르지 않지만, 당의 공약을 포퓰리즘적 시각으로 폄하한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부모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김 차관은 적절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법은 다르지만 민주통합당도 재정부가 마뜩지 않긴 마찬가지다. 이해찬 대표는 4일 시도지사들과 만나 "이미 시작된 보육 정책이기 때문에 추경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안정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공식 입장에서도 "예비비를 활용한 즉각적인 지자체 지원과 무상보육 지방재정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을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정이 추산하는 올해 예산 부족분은 지방자치단체 6200억원, 정부 2400억원 등 8600억원 안팎이다. 새누리당은 예비비 지원으로 급한 불을 끄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지만 당론이나 당정협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반면 재정부는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하면 이자 비용 정도는 지원할 수 있어도 예산 부족분을 떠안기는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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