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악마의 코스'.
5일 밤(한국시간)부터 대장정에 돌입하는 올 시즌 세번째 여자메이저 US여자오픈(총상금 325만 달러)의 격전지는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 블랙울프런골프장(파72)이다. 바로 14년 전 박세리(35ㆍKB산은금융그룹)의 '맨발투혼'이 국내 팬들의 가슴에 여전히 한편의 드라마로 남아있는 무대다.
박세리는 당시 태국계 미국인 제니 추아시리폰과의 18홀 연장전, 그것도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맨발로 워터해저드에 들어가 샷을 날리는 투혼을 불사르며 서든데스에 진출했고, 두 번째 홀에서 기어코 추아시리폰을 제압하고 메이저우승컵을 거머쥐어 온 국민을 열광시켰다.
주최 측도 이를 감안해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박세리가 샷을 했던 18번홀의 워터해저드를 되살리는 등 '박세리 마케팅'을 서두르고 있다. 2009년 리노베이션을 통해 웨이스트 에어리어로 바뀌었던 곳에 다시 물을 채웠다.
세계적인 코스설계가 피트 다이(미국)의 작품이다. 빙하 지형을 그대로 활용해 자연스럽게 워터해저드가 형성돼 있고, 좁은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억센 러프가 곧바로 응징하는 악명 높은 코스다. 미국 언론들은 아예 영화제목을 빗대 '다이하드', 또는 '악마의 코스'라는 애칭을 붙였다. 박세리의 1998년 우승 스코어가 6오버파 290타(파71)였다는 점에서 얼마나 어려운지 쉽게 입증이 된다.
올해는 파4의 7번홀이 파5로 바뀌면서 파72로 변경됐지만 전장이 6412야드에서 6954야드로 542야드나 늘어났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통상 '내셔널타이틀'의 우승 스코어를 이븐파에 맞춘다는 점에 비추어 이번에도 선수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3, 5, 6번홀은 특히 '위든 크리크'가 흐르고 있어 순식간에 치명타를 얻어맞을 수 있다.
한국낭자군에게는 이런 점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국내 산악형 코스에 익숙해 장타보다는 정교한 샷을 주 무기로 삼기 때문이다. 한국은 실제 이 대회에서 그동안 5승을 수확해 미국(49승)에 이어 두 번째로 우승이 많다. 전체 메이저 13승 가운데 5승을 일궈냈다는 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페어웨이를 지키는 정타가 결과적으로 우승 경쟁의 출발점인 셈이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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