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금융위기가 스페인 동북부 카탈루냐 지방 사람들의 분리독립 욕구를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사상 처음 카탈루냐 지역민 가운데 과반수가 분리독립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탈루냐여론연구소가 지난달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카탈루냐 지역민 중 51.1%가 독립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2월 조사에서 독립에 찬성한다고 답한 비율은 44.6%다. 독립을 원한다는 비율은 2006년의 3배로 늘었다.
반대한다고 답한 이는 21.1%로 2월보다 3.6%포인트 하락했다.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도 24.7%에서 21.1%로 낮아졌다. 독립 찬반 여부를 정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4.7%다. 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되면 참여해 독립 쪽에 찍겠다는 응답이 많아진 것이다.
스스로 스페인 사람이 아닌 카탈루냐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은 28.2%에서 30.2%로 상승했다. 반면 카탈루냐 사람이 아니라 스페인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은 42.4%에서 37.3%로 하락했다. 자기는 오로지 카탈루냐인으로 생각한다는 답은 21.1%에서 22.7%로 상승했다. 자신을 스페인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답은 3.4%에서 4%로 많아졌다.
이처럼 카탈루냐인들의 독립 욕구가 커진 것은 경제위기로 부담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카탈루냐의 국내총생산(GDP)은 2000억유로(약 286조1920억원)로 스페인 전체 GDP의 20%를 차지한다. 카탈루냐는 연간 GDP의 8~9%에 해당하는 170억유로를 중앙정부로 이전해 가난한 다른 지방정부를 지원한다.
1980~2003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을 역임한 호르디 푸홀은 지난달 파이낸셜 타임스(FT)와 가진 회견에서 "카탈루냐의 이전금과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 사후 카탈루냐에 부여된 자치권으로 카탈루냐와 다른 지역의 관계가 이미 와해 직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카탈루냐는 1930년대 프랑코 총통에게 점령당한 뒤 40년 동안 혹독한 탄압을 받았다. 프랑코 총통 사후 카탈루냐인들은 카탈루냐어 공용어 인정, 독자적인 사법권 보장 등 많은 자치권을 누려왔다.
푸홀은 "GDP의 9%를 중앙정부로 이전하는 것이 카탈루냐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하순에는 카탈루냐 정부가 올해 부채 130억유로를 차환하기 위해 오히려 중앙정부에 손을 벌렸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해 5월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으로 취임한 아르투르 마스는 올해 초 FT와의 회견에서 "중앙정부가 카탈루냐에 더 많은 자치를 부여하고 다른 지역에 대한 지원 규모를 줄여주지 않는다면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압력은 거세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카탈루냐에서는 지금도 독립 요구 시위가 심심찮게 벌어진다. 특히 카탈루냐 독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카탈루냐국민의회(ANC)라는 단체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카탈루냐 전역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뒤 오는 9월11일(현지시간) 카탈루냐 중심 도시인 바르셀로나에서 궐기대회까지 열 계획이다. ANC는 내년 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