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연이은 무혐의 처분에 불만을 품은 한 중소기업이 3일 오전 공정위 정문 앞 왕복 10차선 도로를 대형 트레일러로 가로 막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일로 서울 서초구 반포로 일대 출근 길 교통이 마비가 됐다. 공정위는 서둘러 사태 파악에 나섰고 오전 7시30분경 견인 트럭을 이용해 트레일러를 공정위 건물 내로 강제 이동했다.
이날 대형 트레일러를 통해 시위를 한 회사는 충남 지역의 생수 제조사(마메든 샘물)로 확인됐다. '대기업의 부당염매 행위를 규명해달라'는 것이 이유다. 또 공정위의 허술한 조사 과정에도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마메든 샘물이 거래하고 있는 곳에 하이트진로(석수앤퓨리스)가 싼 값에 생수를 공급하면서 거래처를 뺏겼다는 신고를 접수했었다"며 "조사 결과 부당염매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무혐의 처분했다"고 말했다.
마메든 샘물이 공정위에 "대기업에 의해 몇 년 동안 거래했던 유통망을 잃게 됐다"며 부당염매 행위로 민원을 제기한 것은 2~3년여 전이다. 당시 마메든 샘물은 "석수앤퓨리스가 마메든 샘물 유통망을 상대로 5년 계약 조건에 1년을 원가 이하로 공급하기로 매수했다"며 영세 기업 대표로서 공정위에 민원을 제기했었다.
지금까지 마메든 샘물은 3번에 걸쳐 신고를 했고 공정위는 2번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현재도 동일한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재신고가 들어와도 새로운 증거나 주장이 없으면 기존 처분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는 소비자 관점에서 좋은 제품을 싸게 팔도록 하는 게 목적인데 부당염매는 단순히 싸게 파는 행위에 해당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전했다.
또 "한 회사가 일시적으로 싸게 팔아 경쟁사를 망하게 한 뒤에 과도하게 값을 올리는 등의 행위가 발생했을 때 부당염매에 해당하는 것이지, 이번 건은 수많은 생수 브랜드가 서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하이트진로의 판촉 활동에 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담당 과에서도 해당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김준하 제조업감시과장은 "(해당 신고에 대해) 우선 모르는 일이고, 알아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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