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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에 '카르페 더 뮤직' 이야기

"5억짜리 音을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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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훈구 기자]경기도 양평과 가평의 경계에 펼쳐진 통방산 자락 삼태봉 계곡을 따라 가다 보면 야트막한 언덕 위 예쁜 한옥 사이로 낯선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내비게이션의 도움 없이는 찾아오기 힘든 이곳에 오면, 한 남자의 음악을 향한 열정이 만든 아름다운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음악감상실 '카르페 더 뮤직 Carpe the Music'이다.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서니 30년 넘게 음악에 빠져있는 주인이 사람 좋은 미소로 손님을 맞는다.


끡음악은 나의 운명=음악감상실 '카르페 더 뮤직 Carpe the Music'의 박상호 대표(53)는 언제나 음악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아버지가 운영한 음악다방에는 낡은 턴테이블이 돌아가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음악의 매력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대학생 시절 친구집에서 진공관 앰프와 스피커를 접하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전 처음 본 제대로 된 오디오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는 마치 거대한 공연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더군요." 이후 그는 1970~80년대를 풍미한 명동의 음악감상실 '필하모니'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사람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오디오시스템을 어깨 너머로 보고 즐길 수 있는 '필하모니'는 그에겐 말 그대로 천국이었다.

"5억짜리 音을 들어보세요"


 광고회사에 취직하면서 음악을 향한 열망은 더 커졌다. 다양한 광고를 만들면서 어릴적부터 즐겨 들었던 음악은 큰 재산이었다. 아르헨티나, 그리스, 페루 등 세계 이곳 저곳으로 출장을 다니며 민속음악에 귀를 귀울였다. 희귀한 LP도 닥치는 대로 모았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오디오 취미를 가진 직장동료의 집에서 하이엔드급 오디오를 경험한 그는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거금을 투자해 첫 오디오시스템을 장만한 것이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을 자신이 직접 세팅한 시스템으로 듣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니아들이 그토록 오디오에 빠지는 이유를 알것 같았다.

 끡오디오파일이 직접 만든 전문 음악감상실=문제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오디오파일(오디오애호가)이라는 기이한 사람들이다. 상당한 재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오디오파일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기기를 업그레이드하면 천상의 소리를 들을수 있다는 생각에 가능한 자금을 총동원한다. 적금을 깨고 보험을 해약하고, 집장만의 기회를 뒤로 미루기도 한다. 할부로 어렵게 구입하니 생활은 내핍의 연속이다. 주머니사정은 빈곤의 악순환, 바꾸고 또 바꿔도 마음에 딱 차지 않으니 풍요속의 빈곤이다. 박대표 또한 어김없이 이런 오디오파일의 길을 걸었다.

"5억짜리 音을 들어보세요"


 촉망받는 CF감독이었던 박대표는 당시로서는 썩 괜찮은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명성도 얻었다. 성공한 삶은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게 한다. 그는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마음속에 늘 꿈꿔왔던 일을 저지른다. 1980년대 명동 필하모니를 매일 출입하던 소위 '명필키드'가 자신의 음악감상실을 차린 것이다.


 '카르페 더 뮤직'에 들어서면 박 대표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오디오기기에 대한 집념이 한눈에 들어온다. 영국 스피커의 대명사 탄노이 웨스트민스터로얄로 듣는 바흐 무반주첼로조곡은 엄숙하고, 미국산 하이엔드 스피커 윌슨오디오 맥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레이디가가의 보컬은 생생하다 못해 눈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듯하다. 독일산 아방가르드 듀오의 관능적인 혼을 타고 나오는 아트 블래키의 심벌소리는 전율을 불러 일으킨다.


 오디오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세 가지 스피커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벅찬 일인가를 안다. 스피커를 구동하는 앰프와 소스기기들, 그리고 이 기기들을 연결하는 케이블(오디오파일은 케이블도 오디오로 간주한다)을 기기 특성에 따라 세팅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카르페 디엠'의 앰프와 CDP, 스피커 등을 모두 합치면 아파트 한 채 값을 훌쩍 뛰어 넘는다.


 입장료 1만원을 내면 커피와 간단한 다과, 그리고 음악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수만장의 LP와 CD가 간택을 기다리며 가지런히 꽂혀있다. 음악에 몰입하기 위해 음악감상실과 카페를 분리해 놓은 '카르페 더 뮤직'은 손님이 돈을 쓰는 공간보다 음악을 듣는 공간이 훨씬 크고 호사스럽다. 돈벌기는 애초에 무관심한 모양새다.


 '카르페 더 뮤직'의 'Carpe'는 희랍어로 '즐기다, 잡다, 사용하다'는 의미로, '음악을 즐겨라, 음악을 잡아라'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피터 위어 감독,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8)가 떠오를 것이다.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쓴 시의 한 구절인 '카르페 디엠'은 '현재를 잡아라'는 뜻이다. 영화 속에서 키팅 선생이 미래의 성공을 위해 현재의 낭만과 즐거움을 포기해야만 하는 영국 명문 사립학교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카르페 디엠'을 외치며 시를 쓰고 연극을 하게 이끈다.


 "20대 때 제가 '필하모니'에서 느꼈던 놀라운 경험을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어요. 좋은 음악과 소리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공유할 때 더욱 빛이 날 수 있습니다. 음악적으로 혹은 삶 속에서 음악을 듣는 이들이 더욱 풍요로워졌으며 하는 바람 뿐입니다."


 '양평의 키팅선생' 박대표의 말대로다. 그곳에 가면 그 동안 몰랐던 음악과 소리의 감동을 만날 것이다. 음악을 잡아라. 카르페 더 뮤직.




임훈구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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