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불꺼진' 가전
더워도 에어컨 울고 올림픽 코앞인데 TV 울고
매장 돌아보니 참담…매출 작년의 60%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비 한번 안 오는 무더위 속에서도 에어컨 매출이 작년 5~6월보다 40%정도 줄었습니다. 50~60%나 빠졌다는 경쟁업체도 있어요. 런던올림픽이 코앞인데 TV 매출도 15%나 줄었습니다. 리먼사태 이후인 2009년만큼이나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 같아요."
서울 강남구 A가전제품 매장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보다 손님이 10%나 감소했고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쓰는 돈도 평균 10만원 가량 줄어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고기온 31도에 육박한 2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A가전제품매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TV, 에어컨 등을 판매하는 1층에 2명, 냉장고, 노트북, 믹서기 등이 진열돼 있는 지하1층에 5명 등 7명이 제품을 둘러봤다. 이 매장 직원 10명보다 적다. 그나마 2명만 제품을 구매하고 나머지는 구매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그냥 나갔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가격이 비싼 에어컨과 TV다.
전국이 이상기온 현상을 보인 지난달 평균 기온은 예년보다 1.1도 높았지만 에어컨 매출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풍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늘었다. 범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국내 가전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며 에어컨의 자리를 선풍기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비싼 고사양의 제품보다 저가의 실속형 제품을 선호하는 트랜드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전기 요금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최신형 인버터식 에어컨이 등장했지만 100만원대의 고가이다 보니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대신 60만~70만원대의 저가형 에어컨을 구매하거나 아예 선풍기를 찾는 사람마저 많아졌다.
A 매장 관계자는 "저가형 에어컨을 사려고 들렀던 사람들도 한참을 생각하다 결국 선풍기를 한대 더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절전형 제품들은 가격이 비싸고 전기세도 계속 오른다고 하니 아예 에어컨 구매를 포기하고 선풍기를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덕분에 A 매장에선 최고 인기품목이 선풍기가 됐다. 하루 평균 100대의 선풍기가 판매된다.
인근에 있는 B 가전제품 매장도 A 매장과 사정이 비슷했다. 제품을 둘러본 뒤 생각을 하다가 그냥 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B 매장 관계자는 "에어컨은 지난해 대비 30% 가량 줄어들었고 TV도 소형(40인치 이하) 위주로만 판매된다"면서 "지난해 대비 전체 매출이 10% 이상 감소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연일 전기세 인상 뉴스가 나오다 보니 에어컨 매출이 줄어든 것은 그렇다 쳐도 다음달에 열리는 런던올림픽에 기대했던 TV 매출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3D 기능을 갖춘 최신 TV가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해 매장 한편에 3D TV 신제품들을 나란히 전시해 놨지만 선뜻 구매에 나서는 소비자가 없다.
50인치 이상 대형 TV의 경우 매출 자체가 크게 줄었다. 50인치 이상 TV를 사러왔다가 40인치 이하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B 매장 관계자는 "무더위, 올림픽 특수를 크게 기대했는데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면서 "워낙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에어컨은 선풍기로 대신하고 TV는 크기를 줄이거나 아예 구입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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