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25일 새누리당 지도부가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안을 현행 당헌·당규에 따라 확정한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이성을 잃은 상황이라 생각한다"며 "오늘로써 새누리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경선안이 정해진 직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오는 8월 19일 선거인단 투표를 실시하고, 다음날인 20일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제18대 대선 후보 경선 일정안'을 확정했다.
이는 임 전 실장과 같은 비박(비박근혜)계 대선 주자들이 반대했던 계획이다. 그간 비박계 주자들은 경선에 일반 국민 참여 비율을 늘리고 지역별 순회경선을 실시하기 위해 경선기간을 올림픽 이후로 늦추자고 제안했다. 이날 결정으로 사실상 제안이 묵살된 것이다.
임 전 실장은 "당 지도부가 귀를 막고 경선룰을 일방적으로 정했다"며 "비박 3인방(정몽준 의원,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은 정말 당을 아끼는 사람들인데 언제 한번 이들과 진지하게 대화해 본 적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임 전 실장은 또 "나도 여러 번 중재를 요청하고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의견은 과연 무엇인지 답하라고 수차례 요구했는데 한마디 대답도 없었다"면서 "당 지도부는 짜인 대로, 이미 갈 길을 정해놓고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대체 민심보다 누구의 마음이 그렇게 당 지도부를 움직이는지 모르겠다"면서 "원칙과 약속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지 말라.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의 중요한 내용을 모두 바꾸는 상황에서 경선룰을 정하는 것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당을 아끼는 분들과 저에게 의견을 주시는 분들이 많다"며 "그 분들과 함께 고민하고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임 전 실장은 경선 불참 의사를 밝힌 비박 3인방과는 달리 "경선 룰이 변경되지 않더라도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기존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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