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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대출 연체율 급증 '하우스 푸어' 폭탄 되려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분 3초

오랜 부동산 경기침체의 어두운 그늘

집단대출  연체율 급증 '하우스 푸어' 폭탄 되려나 집단대출 연체율이 매달 상승하면서 부실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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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로 치부하기에는 덩치가 만만치 않다. 아파트 담보대출인 ‘집단대출’이 폭탄급 위기로 부상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주택가격 하락을 불러왔고, 아파트 거래가 중지되면서 대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집단대출’은 특히 핵폭탄 뇌관이라고 불리며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1 인천에 거주하는 A씨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최근 김포신도시에 110㎡형 아파트를 분양받고 부터다. A씨는 3억2000만원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분양당시 조건은 좋았다. 계약금 1500만원에 중도금이 무이자였다. 60% 가운데 30%는 무이자, 30%는 이자후불제를 적용했다. 양도세도 100% 면제받았다.
무엇보다 1가구2주택 적용지역이어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은 천천히 팔아도 됐다. 그러나 A씨의 예상이 빗나간 것은 올해 3월부터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일은 꼬이기 시작했다. 당장 아파트로 입주해야 하지만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가 팔리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입주할 아파트가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아파트 가격은 2억700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우선 급한대로 전세로 바꿔 대출금을 상환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미분양 사태가 계속되면서 부동산에 내놓아도 집을 보러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기존의 아파트 처분이 길어지면서 대출금 갚기도 벅찼다. 또 다른 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총부채상환비율(DTI)에 걸려 “안된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A씨와 함께 분양을 받았던 B씨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케 됐다. 대출 연체가 계속되면서 B씨 아파트는 경매 처분을 받았다.
B씨는 경매를 막아보려고 친족에게까지 돈을 빌려 대출이자를 납부했지만 버틸 여력이 없어 스스로 손을 들어버렸다. 진짜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경매를 통해 남은 금액이라도 건져 보려 했지만 계속 유찰되면서 결국 계약금도 건지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B씨는 현재 살고 있는 전세금을 빼고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주택담보대출로 옮겨 붙었다. 가계부채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담보대출에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아파트 ‘집단대출’이 ‘핵폭탄’급 뇌관으로 불릴 정도로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분양사태에 치솟는 연체율… 법적분쟁도 급증
그동안 가계대출의 핵심으로 꼽혔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아파트 집단대출’의 규모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침체가 시작되면서 집단대출의 부실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집단대출은 은행과 건설사가 계약을 통해 중도금과 잔금을 대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존의 주택담보대출보다 서류나 심사가 까다롭지 않아 모든 아파트는 집단대출을 통해서 거래한다.

분양대행사 한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일반대출과 달리 서류 접수 이전에 사실상 승인이 난 상태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신용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으로서는 이미 담보물이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있지만 집단대출 부실화가 우려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은 21일 “국내은행 가계 집단대출 연체율이 1.56%로 집단대출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40%) 보다 3배 이상 높았다”며 “이는 전체 가계 대출 연체율(0.98%)의 2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말까지 국내은행의 가계 집단대출 잔액은 104조4000억원으로 가계대출(451조1000억)의 22.7%를 차지했다. 또 주택담보대출 305조6000억원의 33.5% 수준이다. 집단대출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연체율 때문인데, 올해 1월 1.31% 수준에서 2월에는 1.44%, 3월은 1.48%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단대출 잔액규모는 잔금이 68조원(66.4%), 중도금 26조9000억), 이주비 대출(7조6000억)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37조8000억원(36.9%)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22조7000억, 22.2%), 인천(12조1000억, 11.8%), 부산(5조9000억, 5.8%) 순이다.


미분양 등 사태가 이어지면서 법정분쟁도 늘었다. 4월말 기준으로 분쟁사업장은 94개다. 분양받은 세대와 시행사간 채무부존재확인소송 28개나 됐다. 집단대출 취급 은행에 대해서는 중도금 대출이 시행사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송이다. 아파트 분양가 아래로 떨어진 아파트 입주자들이 ‘계약해지’ 등의 소송을 벌였고 이 과정에 중도금 대출이자 납부를 거부하면서 연체율은 더욱 높아졌다.


이런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집단대출의 건전성도 상당히 나빠졌다. 지난해 12월까지 집단대출 연체율은 0.95% 수준이었지만 올해 4월 연체율은 1.56%로 크게 상승했다.
부실채권 비율도 덩달아 올랐다. 집단대출 부실채권비율은 0.83%로 8000억원이었지만 지난 3월말 부실채권은 1.03%까지 올라 1조2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무려 33.3% 증가한 수치다.


준공후 중도금 매출 연체땐 경매까지 내몰리기도
금융감독원은 “집단대출은 지난해 상반기 급등하다가 소폭 하락했고 올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번에 조사한 집단대출 리스크는 입주가 완료된 잔금대출 위주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중도금 대출의 경우 시행사나 시공사,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하고 있어 은행 부실화로 전이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시공사 부실로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 분양보증에 따라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으며 주택 준공 후에는 중도금 대출이 연체되면 경매를 통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비자 피해가 적체된 상태에서 부동산 경기가 함께 맞물려 상황이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무엇보다 지난 2000년 초·중반 부동산 침체와 다르다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부동산 컨설팅 대표인 C씨는 “이번 집단대출 연체율 증가는 과거 부동산 침체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와 달리 올해는 베이비붐 세대 등의 급증으로 주택인구가 늘어난 상태에서 미분양 등 부동산 침체까지 복합적인 악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최근 늘고 있는 경매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찾을 수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전국 경매건수가 늘고 있으며 낙찰가율도 크게 하락했다. 분양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아파트들이 늘고 있는 것은 아파트에 거래가 중지됐다는 의미다.


KB국민은행이 최근 내놓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11일 기준)에도 이 같은 현상을 뒷받침 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15주 연속 보합세를 나타냈다. 매매 시장은 잠깐 상승모드를 타는 듯 했지만 전세시장을 제외하고는 전 지표가 하향세를 나타났다. 계절적 비수기가 원인이지만 시장 악재가 겹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런 상황은 ‘집단대출’ 위험성을 더욱 높아진 상태다.


C씨는 “집단대출이 한꺼번에 터지는 일은 없겠지만 지금과 같이 침체가 계속된다면 언제 터질지 모른다”면서 “앞으로 분양시장을 잘 지켜 봐야겠지만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이상 언젠가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집단대출  연체율 급증 '하우스 푸어' 폭탄 되려나 미분양 아파트와 건설사 채무보증관계자 얽혀있어 집단대출의 여파가 향후 금융권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얽히고 설킨 보증관계 엄청난 연쇄 파급력
집단대출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파급력 때문이다. 순환구조인 이른바 한데 묶여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시행사, 시공사, 은행, 분양대행사, 실수요자까지 서로가 보증관계로 연결됐다.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보증을 통해 안정성은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지만 최근과처럼 소송 등과 연체율이 증가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실제 고양시 한 아파트는 미분양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고 중도금 연체가 됐다. 주택금융공사 보증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탓에 은행은 건설사에게 책임을 물었고 건설사는 시행사로 책임을 떠넘겼다. 서로 책임을 넘기면서 건설사는 자금난 위기로 몰렸고 은행역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분양자에게 ‘대출 회수’라는 초강수를 폈다. 시행사 측도 책임질 여력이 없다며 대표이사가 잠적했다. 이처럼 집단대출 파급력이 큰 이유는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처럼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면 집단대출에 따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건설사의 빚보증 채무가 늘고 있는 것도 집단대출과 연관성이 높다. 대규모 개발사업에 자금이 필요하거나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이 필요할 때 으레 금융권에 지급보증을 서는 관행 때문이다. 이른바 미분양 등 부실사업장이 늘어나면서 빚보증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건설사의 설명이다. 그동안 주택 대출은 지급보증 담보를 함께 진행하면서 위험성이 낮았지만 최근 PF대출 지급보증이 집단대출과 한데 묶여 이어지는 분위기다.


시행사와 건설사가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지급보증 문제는 건설사는 물론 금융권과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건설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융권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나오는 큰 이유다. 집단대출 부실은 보증을 선 건설사와 중도금 대출을 승인한 은행이 첫 번째 책임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조사한 가계대출에 따르면 집단대출 보증을 선 시공사 가운데 47%가량이 부실 위험이 높은 시공사다. 금융권이 사실상 잠재부실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자율 재조정 등 정책적 대안 필요성 대두
금감원은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대출채권 부실에 대비해 대형사업장의 경우에는 사업장별 평가를 통해 충당금 적립을 강화하는 등 건전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시행사와 시공사,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하고 있어 은행 부실화로 전이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문제는 연쇄파장이 우려되고 있지만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처럼 부동산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을 때는 더욱 심각하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보증을 통해 리스크는 없겠지만 가장 문제는 자금이 돌지 않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위험성을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며 “최근처럼 신도시급으로 진행되는 현장이 터지면 이 문제는 쉽게 막을 수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집단대출을 막는 것도 여의치 않다. 대출승인 요건을 강화할 경우, 시장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미분양 사태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칫 집단대출에 대해 제재를 취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부동산 경기침체가 계속해서 이어지면 건설사, 금융권의 부실 우려가 높은 만큼 대안이 빨리 내놓아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카드대란 이후 조직했던 신용회복위원회와 같은 모델을 제시했다.


저렴하게 이자를 낼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 주택을 포기하는 사례가 줄이자는 목적이다. 현재 하우스푸어들이 보유한 주택이 한꺼번에 풀리면 주택시장이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위험성도 적지 않다. 기존 주택의 이자를 줄이기 위해 악용하는 모럴해저드 발생도 예상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추이를 지켜보기 보다는 앞으로 부동산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하루빨리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밝혔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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