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서양화가 영희 | 장미의 정열을 품은 女心 황홀한 사랑에의 이끌림

시계아이콘01분 1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권동철의 그림살롱 106회 | 서양화가 영희 ‘매혹’ 시리즈

서양화가 영희 | 장미의 정열을 품은 女心 황홀한 사랑에의 이끌림 도도한 여인, 91ⅹ61㎝ mixed media on canvas, 2011.
AD


감미로운 솜사탕처럼 햇살이 나뭇잎 사이 가득 부서진다. 껴안을 수 없다지만 화사함이 안겼다. 본디 외톨이는 없다. 하여 그립다. 당신의 긴 머릿결, 은은한 초록솔잎 향!

마지막 이삿짐을 정리하던 여인에게 그녀가 흑장미 한 다발을 안고 들어섰다. “사각의 기다란 보랏빛 꽃병을 우연히 봤어요. 환영해요. 우리 좋은 이웃이 됐으면 해요.” 이마에 땅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커다란 눈동자의 여인은 약간의 당혹감으로 하얗게 고른 치아를 드러내며 미소지었다. “참 놀랍군요. 마치 예전부터 알고 계신 것처럼…. 저 꽃병엔 흑장미만 꽂았답니다.”수줍게 응답하는 동안 그녀는 어느새 능숙한 플라워 코디네이터처럼 잎들을 정리했다. “정말 멈출 수 없을까요. 검붉은 빛깔의 정열을. 가끔 장미에게 묻고 싶을 때가 있어요. 꽃잎 한 장에 운명을 걸 듯 물들이니까요.”


여인은 초록사과 모양의 동그란 작은 화분에 노랗게 핀 애기달맞이꽃을 창가로 옮기다 돌아보며 가볍게 말을 건넸다. “아참, 우리 차 마실까요? 커피도 있고, 목련 차, 레몬도 있구요.”그녀는 뭐든 좋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가볍게 들썩였다. 선량한 햇살이 목조바닥 거실로 귀엽게 들어왔다. 이를 마중하듯 우아한 자태의 싱그러운 장미들이 프리마돈나처럼 계절을 찬미했다. “레몬생강 에이드예요. 어떨지 모르겠어요.”생강 조각이 떠있는 찻잔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녀는 가볍게 한 모금 마시며 감동적인 표정으로 “음, 너무 좋군요. 상큼해요. 향도 풍부하고. 이렇게 생강과 잘 어울릴 줄은 몰랐어요. 놀랍네요.”

서양화가 영희 | 장미의 정열을 품은 女心 황홀한 사랑에의 이끌림 73ⅹ61㎝, 2010


두 여인은 그제서야 서로의 존재를 알렸다. 그리고 맛있는 차(茶)를 알게 해준 답례라며 음반을 선물했다. 슈만의 연가곡, 여인의 사랑과 생애(Frauenliebe und Leben)가 순결한 물음처럼 흘렀다. 잎맥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같이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은 공간에 떠도는 고독들을 위로했다. 그때 그녀는 천천히 애송시를 암송했다. “사랑-, 침을 삼키는 순간 절박한 영원에의 욕망이 별 상처없이 몇 달쯤 녹아내리고/올라선다-황홀한 신앙이여-!”<고트프리트 벤(Gottfried Benn) 詩, 사랑>


서양화가 영희 | 장미의 정열을 품은 女心 황홀한 사랑에의 이끌림 65ⅹ50㎝, 2012


잠시 갈망의 방울들이 비가 되어 입맞춤할 것 같은 그런 정적이 흐른다. “동네 제과점, 일용품을 사러갈 때도 가끔 만나게 되죠. 그런데 바보처럼 자꾸 떨리는 걸요. 좋은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커져가고….” 말을 하면서도 더듬거리는 여인의 손을 따뜻하게 잡으며 조용히 그러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녀가 건넸다. “저 흑장미처럼 멈출 수 없을 거예요. 나도 그랬었죠. 그러니 놓치지 마세요. 사랑은 용기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어요. 지금, 지금하세요.‘당신의 눈동자에 장미꽃이 만발했다!’라고.”


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