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버스와 지하철로 몰려 출근시간 늦어졌지만 자가용 출근자들은 출근시간 줄어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전국에서 25만대의 택시가 멈췄다. 택시 승강장에서 한 두명의 시민만이 택시를 기다릴 뿐 줄을 서던 시민들의 발길도 끊겼다.
전국 개인 및 법인택시 노동조합과 전국택시노조연맹,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등 4개 단체가 LPG가격 인하, 택시요금 현실화, 택시대중교통 법제화, 택시연료 다양화, 택시감차 보상대책 등 5개 항을 요구하며 20일 하루 동안 운행 중단을 선언한 뒤 시내를 달리던 택시들이 자취를 감췄다.
대전에서 택시가 가장 많이 몰리던 대전역 광장에도 운행 중단에 동참하지 않은 두 세대의 개인택시만 보일 뿐이다. 대전에서만 8859대의 법인·개인택시가 운행을 중단했다.
천안에서 대전까지 기차로 출퇴근한다는 김종원(46)씨는 "20분쯤 택시를 기다리다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회사까지 갔다"며 "30분 정도 출근이 늦었다"고 말했다.
택시가 멈춰서며 승용차 출근이 늘었지만 교통혼란은 크지 않았다. 충남도청에서 근무하는 박지수(31)씨는 "많이 밀리던 출근길이 택시가 없어서 그런지 더 빨리 출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군포에서 수원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장재영 씨는 "출퇴근 시간에 가끔 택시를 이용했는데, 이번 파업이 오래전에 예고돼 있어 조금 일찍나와 버스를 탔다"며 "주변 사람들도 택시 파업을 알고 있어 출근 대비책은 마련해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기도청 공무원인 박 모 주무관은 "평소 일찍 출근할 때면 택시를 많이 이용했는데, 오늘은 택시파업이 있다고 해서 도청서 운영하는 통근버스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에서 운행을 멈춘 택시는 1만700여대다.
1만4000여대 택시가 멈춘 인천에서도 아직까지 큰 지장은 없지만 평소보다 도로 위의 자가용 차량이 늘었다. 저녁 퇴근시간에는 더 심한 교통 체증이 예상된다.
인천 부평구에서 남동구로 출근한 김준길(39)씨는 "평소보다 20~30% 정도 도로 위에 차량이 늘어난 것 같다"며 "술 마신 다음날 출근길과 업무용으로 택시를 자주 이용했는데 파업이 계속되면 걱정"이라고 말했다.
택시업계는 생존권 확보를 위해 어쩔수 없다는 설명이다.
대전시택시운송조합 관계자는 "시민 불편이 예상은 되지만 그만큼 절박한 것이 택시 업계의 현실이다"며 "누구하나 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려준 사람도 없다"고 호소했다.
전국의 개인, 법인택시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서울역까지 행진을 벌인다. 경찰은 2000여명의 경찰병력을 현장에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키로 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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