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직원을 채용하면서 출신 대학교에 따라 가점을 주는 대학 등급제를 운영하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19일 이 연구원을 비롯해 5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대한 기관운영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지난해 7월 행정원 2명을 포함해 11명의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면서 서류전형에서 대학별로 가점제를 적용했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 대학은 만점인 30점, 지방국립대는 24점, 지방대는 18점 등 출신 학교에 따라 점수를 매긴 것이다. 그 결과, 총 지원자 52명 중 지방대 출신인 A씨는 학교점수에서 18점을 받아 지방국립대를 졸업한 B씨(학교점수 24점) 보다 6점차로 낙방했다. 학교점수가 24점인 지원자 4명도 SKY 출신 C씨 보다 6점 낮아 서류전형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식경제부는 2010년 7월부터 '학력차별 완화를 위한 학력규제 개선안'을 마련하고, 공공부분 직원 채용에서 고학력자에게 부여하는 가점 등 학력우대 기준을 페지하도록 했다. 이 연구원도 채용계획에선 학력규제철폐 지침을 준수한다고 적시했다. 감사원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는 행정직 직원 채용에선 학교출신별 차별제도를 두지 않도록 채용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줬다.
이 연구원은 또 한국산업기술평가원 등 6개 전문기관의 연구비 집행 관리도 부실하게 했다. 연구관리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이 연구소가 연구비 관리실적을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악용, 연구계약을 체결한 연구원들이 인건비를 부풀려 성과급 잔치를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6개 전문기관에서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행정보조직의 급여를 간접비가 아닌 인건비로 정산하는 방식으로 남긴 간접비는 2008년부터 3년간 102억원. 이들 전문기관은 연구개발성과급 등 성과급 명목으로 사용했고, 남은 재료비 49억원도 잔액이 없는 것처럼 정산했다. 감사원은 6개 전문기관에게 남은 연구비 102억과 재료비를 회수하라고 통보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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