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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윤동주의 '또 다른 고향' 중에서 (1941.9)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7초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지조 높은 개는/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어둠을 짖는 개는/나를 쫓는 것일 게다.//가자 가자/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백골 몰래/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 윤동주의 고향은 북간도이다. 대학생 윤동주는 모처럼 고향에 돌아와 편한 기분으로 누웠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 내가 나중에 죽으면 주검도 이곳에 와서 이런 포즈로 눕겠지? 그 생각을 하니, 바로 옆에 누운 백골이 보인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기운을 느꼈기에 우주와 하늘과 소리와 바람이 느껴진다. 해골이 바람에 흩어지는 존재의 소멸을 들여다보며, 비애를 느끼는 것은 지금 나의 육신일까, 아니면 저 해골일까, 아니면 육신 바깥에 있는 넋일까. 어둠을 짖는 개는 실제 상황일 것이다. 개가 시대의 어둠을 알 리 없지만, 그것이 내 마음에 다가오는 소리는 고귀한 명령이다. '현실'이라는 고향으로 되돌아가라. 그곳이 아름다운 이유는 풍화하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죽지 않았다. 괴로워도 거기서 살아낸다. 젊은 오기를 돋우며 식민지의 중심으로 달려간 것이 아니던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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