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잔류냐, 탈퇴냐를 두고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이미 유럽발 세계 경제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 2월과 5월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대형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21.5%에서 20%로, 중소형 은행의 지준율은 16.5%로 낮추었다. 지난 7일 중국 인민은행은 3년 6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3.5%에서 3.25%로, 대출 금리는 6.56%에서 6.31%로 인하해 8일부터 시행했다.
또한 재정부는 이달부터 총 363억위안(약 6조7350억원)에 달하는 소비 보조금 지급 정책을 가동하고, 국가발전계획위원회는 미뤄 왔던 인프라 및 철강 분야 투자를 대거 허가했다. 1~5월 신규 투자 허가 규모는 8000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다. 이번 경기부양책이 지난 금융위기 당시의 4조위안 부양책과는 큰 차이가 있으나 벌써 금년 경제성장률이 당초 정부 목표치 7.5%를 넘어 8%대에 달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제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중국에 거는 세계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중국도 과거 두 차례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았기에 유럽발 위기가 확산되면 언제든지 추가 부양책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경험도 최대한 살릴 것이다. 중국은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를 넘기면서 이 지역 맹주로 떠올랐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했다. 2000년 일본의 4분의 1에 불과했던 국내총생산(GDP)이 2010년 5조8783억달러로 급증하며 일본을 따돌렸다. 2008년 전 세계 수출 비중 2위 국가에서 2009년 독일을 밀어내고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2009년에는 처음으로 일본과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 및 판매국이 되었다. 조선 분야에서도 2009년 중국은 350만CGT를 수주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되었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2009년 세계 10대 은행(시가총액 기준) 중 1~3위는 중국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이다. 이에 일부 개도국이 중국식 정부 주도의 발전 모델을 선호하면서 베이징 컨센서스가 워싱턴 컨센서스(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의 대응 개념으로 부각되었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위상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중국은 아직 금융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아 글로벌 유동성 위기에 직접 노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은 환율 제도를 포함해 금융 분야는 보호막을 단단히 쳐놓고 있다. 다음으로 선진국들이 장기적으로 무역 적자에 허덕인 데비해 중국은 방대한 무역 흑자와 외국인직접투자(FDI) 및 외환보유액이 국가경제를 튼튼히 받쳐주었다. 1999~2007년 중국의 무역 흑자는 7077억달러, 유입된 FDI는 4929억달러다. 2008년 위기 당시 외환보유액은 2조달러에 육박했다.
중국 정부의 절대적인 경제정책 통제 능력도 작용했다. 특히 반대 정당이 없기에 통화와 재정 분야에서 정부는 마음대로 정책을 조정할 수 있다. 앞으로도 사정은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국은 쉽게 금융 분야를 완전 개방하지 않을 것이고, 수출 다변화와 외국인투자 감세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외환보유액이 급감할 가능성도 낮다. 정권이 교체되어 정책 실행력이 떨어질 우려도 없다. 따라서 유로존 위기가 확산되어도 중국 경제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미국을 넘어 최대 경제대국이 될 날이 앞당겨질 수 있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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