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ㆍ변호사ㆍ부동산임대업자 등 고소득 전문직ㆍ자영업자 가운데 지능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탈세한 자들이 또다시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세청은 2010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 내용을 분석한 결과 탈세 혐의가 짙은 70명을 가려내 세무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차명계좌 이용, 현금 거래, 이중계약서 작성, 허위 비용 계상 등의 방법으로 소득을 적게 신고하여 수억원 내지 십수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공직자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고액의 수임료를 직원 등 타인 명의의 차명계좌로 입금 받아 소득에서 누락시켰을 뿐 아니라 친인척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했다. 성형관광 브로커를 통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여 많은 돈을 버는 어느 성형외과 의사는 수술비를 현금으로 받아 차명계좌로 관리하는 방법으로 소득 금액을 줄였다. 이 의사는 외국인 환자를 자기가 운영하는 호텔에 숙박하게 해서 벌어들인 현금 수입도 신고에서 누락시켰다. 어느 상가임대업자는 근무하지도 않은 친인척을 임대관리인으로 꾸며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속였다. 이 밖에 치료비 할인을 미끼로 환자로 하여금 현금으로 결제하도록 유도한 피부과 의사, 임대료를 인상할 때 이중계약서를 작성해서 늘어난 수입의 일부를 신고에서 뺀 상가임대업자 등도 적발됐다.
고소득 전문직ㆍ자영업자의 이런 탈세는 고의적 불법 행위인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파렴치한 행위이기도 하다. 그들의 탈세는 봉급생활자를 비롯해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며 살아가는 대다수 서민을 등치는 짓이다. 이런 자들 때문에 계층 간 위화감이 증폭되어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응집력이 약해진다. 고소득 탈세범들이 흔히 과시하는 사치와 호화는 일반 국민의 근로 의욕을 꺾어 버린다.
국세청은 탈세 혐의자에 대해 본인은 물론이고 거래 상대방과 주위 관련자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월 국회에서 개정된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세무조사에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금융기관 고액 현금 거래 자료를 적극 활용해 탈루 소득을 끝까지 찾아내겠다고 다짐했다. 당연한 조치이고 다짐이다. 처벌도 조세범 처벌법만이 아니라 적용할 수 있는 모든 법을 적용해 최대한 무겁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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