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유로존 빚보증은 못 서겠다'는 독일의 버티기 속에 18일 멕시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시작된다.
시점은 절묘하다.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직전 수준까지 떨어졌고, 회의 직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를 가를 2차 총선이 있다. 여러 안건이 테이블에 오르지만 이번 회의는 사실상 독일에 유로존 채무 이행 방안을 내놓으라 압박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회의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G20 무용론과 막판 절충안 도출 가능성이 공존한다.
일부 외신은 회의 직후 G20의 공동 행동이 나올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그리스 총선 이후의 상황에 대비해 대규모 소화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로이터 통신은 14일(현지시간) G20 회의에 참가하는 미국측 관료의 말을 근거로 "이번 주말 그리스의 2차 총선 이후 심각한 자금시장 압박이 생긴다면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금융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앙은행들은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공동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독일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같은 날 의회에 출석해 G20 회원국들이 요구한 유로존의 은행동맹과 유로 공동채권(유로본드)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메르켈 총리는 "재정 통제를 강화해야 더 큰 재난을 막을 수 있다"면서 "독일의 자원에도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경제가 탄탄한 재정기반을 갖추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독일 재정에 부담을 주는 은행동맹이나 프랑스가 제안한 유로채권 발행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리스 등 일부 채무국은 "통화동맹으로 가장 덕을 본 독일이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독일이 입장을 바꿀지 점치긴 어려운 상황이다.
메르켈 총리는 아울러 "추가로 빚을 내 실시하는 어떤 종류의 경기 부양책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G20이 부채 감소와 금융시장 규제 강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스페인 은행권의 정상화를 위해선 당초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자금보다 훨씬 큰 돈이 필요할 것이라는 소식도 변수가 될 듯하다.
주요 외신들은 "스페인 은행권의 감사를 맡은 컨설팅회사 롤랜드 버거와 올리버 와이먼이 G20 회의 개막에 앞서 보고서를 내놓을 것"이라면서 "두 회사는 스페인 은행권 정상화를 위해 적어도 600억~700억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이들이 추정한 자금의 규모는 한 주 전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370억 유로를 두 배 남짓 웃돈다. 이는 유로존이 스페인에 지원하기로 한 구제금융(최대 1000억유로) 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규모지만, 구제금융의 재원이나 지원 방식이 전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G20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높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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