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건강한 정신’으로 장애 극복한 그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시계아이콘02분 4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여민선의 골프 정담(情談)30 | 아름다운 투혼 ‘인간승리’골퍼들

‘건강한 정신’으로 장애 극복한 그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골프카트’를 타는 장애인 골퍼 케이시 마틴 선수.
AD


골프 룰(rule)은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누군가가 나에게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답을 할까? “당연하지”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큰 대회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내가 받지 못한 특혜를 받는다면 분명히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테니까. 게다가 프로들이 한 곳에 모인 상금까지 걸려있는 시합에서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오래 전 미국 PGA에 입성하기 위해 치루는 시험인 남자 퀄리파잉(qualifying) 시합에서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힘들어하는 한 선수가 있었다. 그가 원한 것은 골프카트(골퍼와 골프백을 나르는 전동차)였다. 7살부터 앓았다는 희귀병인 혈액장애 때문인데 피가 통하지 않으며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병이다. 피가 안 통하는 병인데 운동을 한다? 특히 걷는 시간이 매우 긴 골프를 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일 텐데, 그는 실력으로 또 피나는 노력으로 이겨낸 인간 승리가 무엇인지 보여준 골퍼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단점을 뒤로 하고 그는 미국 명문대학 스탠포드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타이거우즈와 함께 NCAA(전미대학체육협회) 골프 챔피언십 타이틀을 따내기도 하는 등 남다른 실력을 보여줬다. 1998년 US오픈 예선을 통과하면서 또 다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주인공은 바로 케이시 마틴(오른쪽 사진)이다. 실제 US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23위에 랭크돼 강한 정신력과 훈련으로 장애를 극복한 선수로 골퍼뿐 아니라 청소년 그리고 장애인들에게 우상으로 떠올랐다.

게다가 같은 해 나이키투어(당시 2부 투어)에서도 우승을 따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던 그는 1998년 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또 다른 화제 속 주인공이 됐다. PGA투어에서 골프카트를 타고 다니면서 시합을 하게 해달라는 소송이었는데 다른 선수들의 입장과 생각은 달랐다. PGA투어의 거장인 아놀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까지도 그에게 카트를 주는 것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 이유는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는 룰이 깨지는 것을 원치 않았고, 걷기를 기본으로 하는 골프의 특성을 잃거나 깨기 싫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선수들의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2001년 5월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폴 스티븐스 대법관은 PGA에게 그에게 카트를 내줘야 한다고 손을 들어줌으로써 케이시는 3년 만에 승소했다. 그리고 케이시 선수는 카트를 몰고 다니면서 시합에 참가하게 됐다. 시합을 하는 내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결국 그는 9개 대회를 끝으로 무대를 내려와야 하는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들 기억 속에 사라져가는 듯하던 그가 지난 5일(한국 시간) 미국 오리건주 크레스웰의 에머랄드밸리 골프장 파71(Par 71)에서 열린 US오픈 예선 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기록하면서 당당히 1위로 골인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었다. 케이시는 지난 6년간 오리건대학교 골프팀의 감독을 맡아 지도자로서의 삶을 살면서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았고 날카로은 칼날을 다시 세운 것이었다. 포기가 없는 그의 노력과 삶을 계기로 누구를 기준으로 공평함과 불공평함이 평가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회자되고 있다.


필자는 오래 전 LPGA시합에서 만난 아주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호주에서 온 선수였는데 한 눈에 봐도 비만, 그것도 고도 비만의 모습이었다. 그녀가 걸어갈 때면 코끼리 같다고 수근거리기도 했는데 정말 거대한 다리를 가지고 있어서였다. 1년 내내 시합을 하고 여행을 하던 필자는 우연히 같은 호텔에서 바로 옆방에 묵고 있는 그녀와 이야기 할 시간이 있었다. 그녀는 호텔로비에 있던 당구대 앞에서 당구를 칠 줄 아는지 물어봤고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당구를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하루아침에 필자의 당구 코치가 된 그녀에게 저녁을 함께 하자고 한 후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꺼내 왜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지를 물어봤다.


“혹시 당뇨병을 앓고 있냐”는 질문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 했다.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정상적이라면 땀이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그녀의 몸은 배출되지 않은 채 그대로 땀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희귀한 병이라는 설명이었다. 의사는 절대 땀을 흘리지 말 것을 권고했고 운동 자체를 자제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녀의 골프 사랑은 막을 수 없었다. 골프 선수로 호주를 대표하는 프로 골퍼가 됐고 미국 무대에서 멋지게 선수로 선 것이다.


대부분의 시합은 한여름 때라서 등 뒤에 땀이 마르지 않는 날이 더 많다. 바닷가 해녀들이 입는 옷처럼 꽉 끼는 슈트를 입고 다니고 시합을 해야만 했는데 너무 더운 나머지 그녀는 슈트를 벗어 던졌고 몸은 더욱 더 그녀를 괴롭혔다. 필자는 물었다. 그렇게 골프가 좋으냐고. 그녀는 너무나 순진하고 천진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예스(YES)! Minny(필자의 영어 이름)." 내가 좋아서 골프를 치더라도 몸이 코끼리처럼 불어나고 땀이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 힘든 상황에도 계속 골프를 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 날부터 필자는 그녀를 당구 스승으로 모셨고 그 누구에게도 단순히 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마음 속 깊이 다짐을 했었다. 이후에도 골프장이나 그 어떤 장소에서도 그녀를 코끼리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 “그녀는 진정한 골퍼이고 골프를 위해 사는 사람”이라고 말해줬다. 우리가 생각하는 장애는 몸이 불편한 것이다.


‘건강한 정신’으로 장애 극복한 그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하지만 건강한 몸을 갖고도 정신의 장애를 겪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지 않은가. 진정한 승리와 용기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케이시 선수. 또 모든 힘든 장애와 어려움을 딛고 선 그들에게 뜨거운 격력의 박수를 보낸다.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라이프스포츠클럽 골프 제너럴 매니저, 방송인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