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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은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늘푸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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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선의 골프 정담(情談)28 | 왜 ‘친환경’이어야 하는가

골프장은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늘푸른 광장’ 골프장 사랑으로 유명한 미국의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인수한 골프장을 친환경 시스템으로 완전히 바꿔 화제가 됐다. 오른쪽 아래 작은사진은 지렁이 배설물을 자연비료로 활용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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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친환경 골프장 인정제’ 공청회가 열렸다. 게스트로 초대된 필자가 미국에서 보고 경험한 친환경 골프장과 골퍼가 아닌 일반인들이 골프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는 자리였다. 함께 사진을 찍고 기념 사인회도 마련돼 있었다. 30분 전에 미리 도착해 공청회장에 들어선 필자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고 각종 언론과 방송사가 중계와 인터뷰를 준비하는 등 관심이 매우 뜨거웠기 때문이다.

공청회라 그런지 생각보다 분위기는 어두웠다. 서로의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필자는 한국 골프장의 친환경이 그동안 어떤 방향으로 흘러오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됐다. 어디나 그렇듯 모든 사람들이 골프장을 짓는 데 찬성할 수는 없겠지만 유난히 반대를 하는 그룹들이 있었다. 왜 골프장 짓는 것을 반대하는지, 어떤 이유로 그렇게 골퍼들을 싫어하는지 그 이유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일본 투어에서 활동을 했던 조정연 프로가 가까운 일본의 예를 들어 설명을 했고, 필자는 미국의 예를 들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한국을 떠난 지 20년 지나 다시 돌아 왔는데 한국 골프장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미국에서 일반인들이 골프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시합이 열릴 때면 그야말로 동네 축제이자 자랑이다. 마치 그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자원봉사를 한다. 회사에서 받은 꿈같은 휴가를 골프 시합 때 자원봉사로 쓰는 것이다. 가끔은 경쟁이 너무 심해 자원봉사를 신청해도 거부당하는 사례까지 있다는 얘기도 전했다. 이 얼마나 한국과 다른 현실인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유명 가수인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주인인 골프장에 대해서도 설명을 곁들였다. 그가 처음 골프를 배우고 자란 곳은 테네시의 멤피스(Memphis, Tennessee)다. 가수로 활동하던 그는 어느날 아버지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골프장이 없어질 것이고 그 자리에 건물이 들어설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즉시 비행기를 타고 테네시로 날아갔다. 그리고 골프장 주인을 만나 그 땅을 자신에게 팔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꼭 골프장을 지켜내겠다는 약속을 한 연후에야 그는 골프장을 인수받았다. 1600만 달러(약 160억 원)를 투자해 골프장의 시스템을 완전히 바꿨다.


먼저 비가 오면 빗물이 땅 속에 큰 탱크로 들어가 저장이 됐다가 필터에 걸러져 골프장 잔디에 다시 뿌려진다. 이로 인해 인해 물세를 아끼게 된다. 또 골프장 잔디를 깎고 그 잔디와 골프 코스를 정리한 나뭇잎들과 가지들을 한꺼번에 모아 썩힌 뒤 모래와 잘 섞어, 골프를 치고 난 뒤 디보트(스윙으로 잔디가 패인 곳)를 메꾸는 데 쓴다고 한다. 게다가 음식물에 대한 재활용은 더욱 놀라웠다. 큰 통에 남은 음식물들을 넣고 그 안에 지렁이를 넣는다고 한다. 그러면 지렁이들은 음식물을 먹고 배설을 하는데 그 배설물을 자연비료로 골프장에 뿌린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음식을 조리하고 난뒤 나오는 기름들을 따로 모아 놓는데, 동네 식당들도 쓰다 남은 기름을 골프장으로 가져온다고 한다. 그 기름을 아주 특별한 필터로 걸러낸 후 디젤 엔진에 들어가는 오일로 다시 쓴다고 하니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즉 버리는 게 하나도 없는 골프장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골프장 이름은 ‘미라미치’(Miramichi). 일어가 아니라 아프리카 인디언 말로 ‘좋은 일이 일어나는 장소’(A place of Happy Retreat)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훌륭하고 멋진 골프장인가. 이런 골프장은 이곳뿐만 아니라 꽤 많은 골프장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데 개인이 운영하는 골프장 보다는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골프장에서도 꽤 많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한마디로 수입이 많지 않은 골프장은 필수로 이런 시스템을 깔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결론이다. 결국 골프장을 살리는 게 자연을 살리고 인간을 살린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의 골프장 실정은 이와는 전혀 달랐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야만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의 일이다. 시합 중 앞 팀과 뒷 팀이 서로 만나게 됐는데 선수들은 주저하지 않고 잔디 위에 털썩 주저 않아 양팔을 벌리고 태양을 쬐고 있었다. 심지어 골프공을 입 안에 넣고 사탕처럼 굴리면서 공을 닦는 모습도 봤다. 필자는 “더러운 공을 왜 입으로 닦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 집보다 깨끗하다”고. 이 이야기를 공청회에서 했을 때 여기저기서 아~ 하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물론 믿기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실이다. 그 친구들과 일반 골퍼는 골프장이 농약으로 오염돼 있지 않다고 믿는다. 골프장에 열린 과일을 따먹고 따가고 뒷팀에게 미안하면 먼저 가라고 사인을 주고 계속해서 과일을 따먹는다. 이렇게 골프장은 친숙한 곳이고 깨끗한 곳이다. 공청회에서 주고 받던 공방전 속에서 진행자가 갑자기 할 말이 있냐며 마이크를 넘겨줬다. 그리고 순간 필자가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오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신 한 말씀 한 말씀이 모두 맞습니다. 다만 입장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갑자기 무지개가 생각이 나네요. 무지개는 7가지 색입니다. 무지개가 왜 아름다운지 아십니까. 개성이 강한 다른 색깔들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멋진 무지개가 시작된 곳을 하와이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여러분 생각에 무지개는 어디서 시작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무지개는 아름답기 때문에 분명히 깨끗하고 좋은 곳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제가 본 무지개의 시작은 아주 작고 지저분한 곳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무지개의 강한 색깔처럼 다른 생각을,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다른 의견을 서로 존중하고 조화시켜보면 어떨까요? 분명히 그럴 수 있을 겁니다.


골프장은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늘푸른 광장’

지금 우리가 숨 쉬고 있는 공기가 나만의 것일까요.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앞으로도 지속시키고 싶다면 그 노력을 이제는 우리가 함께 해나가야 합니다. 그곳에는 분명히 골프장도 한몫을 해야만 하고요. 친환경 골프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라이프스포츠클럽 골프 제너럴 매니저,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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