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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만 믿고 ‘짧고 굵게’ 치려다 ‘인생 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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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선의 골프 정담(情談) 26 | 사라진 골프 유망주들

실력만 믿고 ‘짧고 굵게’ 치려다 ‘인생 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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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소녀’ ‘아시아의 라이언’이라는 수식어를 각각 달고 다니며 골프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골퍼가 있었다. 그는 바로 미셸 위 선수와 앤서니 김 선수다. 지금은 얼굴을 자주 볼 수가 없다. 얼마 전, TV 코미디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디 갔어? 있었잖아. 어디 갔어”라는 유행어를 듣고 필드에서 보고 싶은 몇 명의 선수들의 이름을 떠올렸다.

미셸 위 선수는 프로가 되기 위한 조건에 미달이 된 선수였다. 그것이 바로 나이 제한이라는 문턱이었다. 하지만 2005년 미국 LPGA에서는 나이 제한이라는 규정까지 바꿔가면서 미셸 위선수를 입단시켰다. 그리고 나이키는 1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스폰서가 되겠다는 제안을 했고, 그 덕분에 1000만달러의 소녀, 천재소녀로 등극하면서 모든 사람들의 집중을 한 몸에 받았다. 올해 미셸 위 선수의 성적을 살펴보니 1000만달러를 조금 넘게 벌어들였고 성적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롯데챔피언십과 기아 클래식,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는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셔 마지막 날까지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나마 올해 가장 높이 올렸던 성적은 랭킹 38위였다. 실망하는 그녀의 팬들에게 미셸 위 선수는 인터뷰를 통해 공부하느라 시간에 ?긴 탓이라고 얘기했다. 핑계가 아니냐는 등 한동안 인터넷에서는 그녀의 부진에 대한 이야기가 그칠 줄 몰랐다.

미국 남자PGA에서도 타이거와 맞장을 뜰 선수로 앤서니 김을 꼽았었다. 데뷔 이후 3승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그의 이름이 자취를 감추자, 추락에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이어지는 기권과 실격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팬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필자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학생 신분으로 시합에 나가 프로선배들을 제압했던 선수들이 있었다. 프로들을 상대로 한 두 타가 아닌 월등한 스코어로 꽤나 여러 번 프로들의 심기를 건드렸던 선수들은 늘 방송국과 신문사의 집중 관심을 받았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금은 그 선수들의 이름을 접할 수 없다. 아직도 시합을 뛰는 선수는 있지만 시합을 통해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뿐이지, 리더보드(스코어 보드와는 별도로 파를 기준으로 각 경기에서 선두 그룹 선수들의 성적을 표시하는 게시판)에서 얼굴을 보기란 쉽지 않다.


더욱 놀라운 건 그렇게 날고 긴다는 성적으로 골프계를 흔들었던 선수, 아마추어 골프계를 놀라게 했던 선수들 중 프로라는 이름조차 걸지 못한 선수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필자는 학창시절 함께 공을 치고 훈련했던 선수들을 찾아보고 또 만나보려 노력했다. 특별한 성적 없이 늘 꾸준했던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가 됐고 아직도 선수 생활을 하거나 지도자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신처럼 불리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 선수들의 이름은 사라진지 오래 됐거나 아니면 전혀 다른 방향에서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얼마 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이 있었는데 손에 땀을 쥐는 연장전 끝에 버디를 뽑아낸 후 우승컵을 차지했던 안선주 선수는 우승 소감을 이야기한 후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지난해 10월 산쿄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을 하고 7개월이 지난 후 다시 정상에 선 것이었는데 늘 강심장, 뚝심으로 불리던 안 선수의 눈물은 생각보다 깊은 슬럼프에서 비롯된 듯 보였다. 한국에서도 늘 좋은 성적을 냈듯이 일본에서도 9승이나 올린 실력파 안 선수의 눈물 뒤에는 대체 어떤 연유가 있는 걸까.


“한 마디로 골프가 싫었다. 진짜 그만두고 싶었다”라고 내뱉은 그녀의 말이 팬들에게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녀가 겪었던 고충 가운데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외로움이었다고 한다.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부모님과 친구가 몹시 그리웠고 제 나이에 맞는 평범한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서러움에 부상까지 겹치면서 슬럼프에 빠져 허덕이고 있던 중 다시 치고 올라온 자신에게 쏟아낸 눈물이었다. 필자가 미국에서 시합을 할 때 한 부모님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 빨리 치고 빠져.” 부모가 자식에게 한다는 말이 “치고 빠져”였다.


바로 이런 문제들이 이같은 현실을 초래한 것이라고 필자는 굳게 믿는다. 도대체 왜 빨리 치고 빠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왜 죽기 살기로 쳐야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도,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골프에만 올인할 때 결국 남는 것과 돌아오는 것은 무엇인지 이제야 그 실체가 드러나는 것 같아 씁쓸함을 느낀다.


앞서 안 선수가 했던 말에서 볼 수 있듯이 평범하게 다른 친구들처럼 가끔은 소녀시절의 풋풋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영화를 보고 길거리에서 떡볶이를 먹고 핫도그를 먹으면서 친구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그리워하는 선수들을 한 번 보자.


모두 풋풋한 나이의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어쩌면 선수를 더욱 깊은 수렁으로 몰고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필자는 시합을 뒤로한 채 데이트를 즐기고 돌아온 선수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지금 TV에서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한창이다. 최경주 선수가 전 우승자였는데도 불구하고 예선에서 떨어지는 고배를 마셨다. 그는 인터뷰에서 집중이 잘 되지 않아 고전했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지난해 우승자에게 쏠리는 기대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반면 큰 시합을 앞두고 휴식을 선언해 화제가 된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버바왓슨 선수다. 올해 마스터스를 우승했고 감각이 살아나면서 잇따라 우승후보에 올랐던 그였다. 이 선수는 무려 한 달간이나 휴가를 가겠다고 선언했다. 왜일까?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이야기를 올렸다. “메이저 시합이든 아니든 나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건 가족이다. 팬들에게는 죄송하다. 하지만. 가족을 위해 나는 불참한다”라고.


선수에게 골프 말고 더 중요한 건 뭐가 있을까? 골프, 골프, 골프. 연습, 연습, 연습만을 강요한 결과 신동으로 불리던 선수들. TV에서 흘러 나오는 “다 어디갔어, 기억나잖아. 어디갔어”라는 유행어가 그저 농담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잘못된 운동의 이해와 생각을 이제는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오랜만에 프로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정의를 내렸다.


실력만 믿고 ‘짧고 굵게’ 치려다 ‘인생 OB’

“무조건 죽기 살기로 악착같이 연습하면 성공한다”라는 말을 “준비 안 된 운동과 계획 없는 운동은 무리한 부상만 입히고 시간만 낭비한다”로 바꿔야한다고….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라이프스포츠클럽 골프 제너럴 매니저,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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