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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골퍼에겐 악천후 심술도 神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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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선의 골프 정담(情談) 23 | 골프와 날씨의 상관관계

열정의 골퍼에겐 악천후 심술도 神의 ‘선물’ 프로통산 68승, 2009 브리티시오픈 준우승으로 골프역사를 바꾼 61세의 노익장 '골프의 제왕 톰 왓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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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해마다 골프시합이 열리는 하와이는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늘 따뜻한 날씨와 풍부한 과일. 그리고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갓 건져 올린 바다음식들은 여전히 신혼여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하와이는 골퍼들에게도 매혹적인 곳이어서 하와이 명문으로 자리잡은 유명 골프장에서 그림같은 샷을 날려보는 것은 골퍼로서의 로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하와이의 한쪽 얼굴만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필자는 미국 LPGA시합 때 하와이에서 골프시합이 있을때 매번 참가했지만 앞서 설명했던 그림같은 날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것으로 기억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끔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우산은 필수다. 그래도 온종일 오는 비가 아니라 커피 한잔 마시거나 잠깐 쉬면 어느새 아름다운 무지개가 하늘 높이 떠 또 다른 장관을 만들어 내기는 한다.


일반 사람들은 비가 오면 잠깐 쉬어 가겠지만 골퍼는 그럴 수가 없다. 그 와중에도 비옷을 입고 골프를 쳐야 한다. 잘나가다 끝내기 몇 홀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비가 세차게 몰아친다면 스코어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바람이다. 가끔 미친듯이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도가 세다. 한번은 160야드 파3에 심한 앞바람을 만나 드라이브를 잡고 힘차게 휘둘렀는데 강풍에 떠밀려 턱없이 짧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그 때는 드라이브 비거리를 270야드는 거뜬히 날릴 정도로 장타자였던 필자도 파3홀을 마치 파4홀처럼 어렵게 보기(Bogey)로 가까스로 막아내야 했을 정도였다. 자연의 무서운 힘을 실감했다고 할까? 이 때문에 바람 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악천후에 적응이 안됐을 경우의 하와이는 아름다움보다는 공포의 대상으로 각인된다.


바로 그런 경우가 지난주 열렸던 LPGA시합에서 그대로 재연됐다. 하와이에 위치한 오아후섬의 코올리나(Ko Olina) 골프장. 아쉽게도 한국선수가 우승 골인에 성공하지 못했다. TV를 통해서도 쉽게 눈에 띄었던 것은 선수들의 순위 변동이다. 기복이 매우 심한 것을 보며 선수들의 어려움을 떠올려봤다. 갤러리 입장에서는 선수들 순위가 롤러코스트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니 흥미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사자인 선수 입장에서는 속이 끓었을 것이 분명하다.


문득 첫 메이저우승을 따낸 대런 클라크 (Darren Clarke, 북아일랜드)선수가 생각난다. 무려 스무번의 도전 끝에 140회 브리티시오픈 2011년 경기에서 최종 합계 5언더파 275타를 기록해 우승컵을 번쩍 들어올렸던 선수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니 스무 번을 찍은 선수. 우승의 환희를 200배 맛본 선수다. 더욱 놀라운 기록은 라운딩내내 언더파를 친 선수로 유일하게 기록에 남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나머지 선수는 모두 오버파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변덕스런 날씨였다.


미친 듯이 불어대는 바람 속에 선수들은 공격이 아닌 수비를 해야 했다. 시합은 나흘동안 계속해서 진행되므로 선수들은 날씨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그리고 날씨에 따라 성적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비나 바람이 하루 종일 불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 오전 오후로 나뉘는 티타임을 감안한다면 선수들이 받는 티타임은 어쩌면 운이 반드시 따라야 할 정도로 중요하다.


지난 브리티시 오픈에서 로리 맥클로이(Rory McIlroy) 선수는 63타를 쳐 강력한 우승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비바람이 몰아친 다음날에는 80타로 무너지면서 ‘맥클로이는 따뜻한 날만 시합해야 한다’ 등의 맹비난과 조롱을 받았던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맥클로이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1년에 한 번 있는 시합 때문에 내 경기 스타일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이에 대해서도 말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맥클로이 선수의 말이 틀린 것은 절대 아니다.


선수가 못 치고 싶어서 하룻밤에 12타가 나는 성적을 냈겠는가? 선수들의 기호나 컨디션에 따라 선호하는 골프장이 결정되고 성적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이글거리는 열기 속에 사막에 지어진 골프장을 좋아하는 선수들은 주로 아리조나에 베이스를 둔 선수들이고 이 선수들은 넓은 패어웨이(fairway: 티(tee)와 그린(green) 사이에 있는 잘 깎인 잔디 지역)가 긴 골프장, 그리고 숨이 막힐 정도의 더운 날씨에 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늘상 사막에서 훈련해 왔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처럼 날씨 좋고 선선한 골프장에 베이스를 둔 선수라면 당연히 좋은 날씨에 익숙해 비가 많이 오거나 강한 바람에는 상대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다. 텍사스나 플로리다에 베이스를 둔 선수들은 바람과 비에 능숙해 오히려 비바람 속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한다.


한국선수들은 한국과 비슷한 골프장 설계로 만들어진 골프장에서 성적이 더 오르듯 어느 지역에서 왔느냐에 따라 성적이 좌우된다. 스코트랜드 사람들은 “비와 바람이 없다면 골프도 아니다”고 말한다. 스코트랜드에서는 비가 안 오고 바람이 안 부는 날이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악천후와 변덕스런 날씨에 굴하지 않고 가장 잘 친다는 얘기를 듣는 프로선수는 바로 톰 왓슨 (Tom Watson)선수다. 지금은 챔피언스 투어에서 얼굴을 볼 수 있는 미국의 거장선수 톰 왓슨. 8번의 메이저 우승 중에 5승을 브리티시에서 올린 선수가 바로 톰 왓슨이다. 1971년 미국PGA에 입문해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대단한 선수다. 챔피언스 투어를 55회 뛰면서 단 한번의 컷오프(Cut off)를 맛보지 않은 믿기지 않는 신적인 존재로도 불린다.


비바람이 불면 락커에서 샤워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선수가 있고 비바람을 뚫고 끝까지 연습하는 선수가 있다. 선택은 선수가 한다. 골퍼도 마찬가지다. 지독한 상황. 악조건에서도 굳건히 연습하고 견디어 낸 선수의 이름은 오래간다. 문득 바람의 아들 양용은 선수가 생각이 난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세계랭크에 이름을 올린 한국선수.


열정의 골퍼에겐 악천후 심술도 神의 ‘선물’

바람의 아들 양용은 선수는 제주 태생이다. 최경주 선수 역시 완도에서 온 사나이다. 지금은 텍사스에 홈 베이스를 두고 있다. 굴복하지 않는 선수들 각오속에는 공통점이 있다. 골프에 대한 사랑. 그리고 정열. 열정… 그래서 역사 속에 영원히 기억되는 것이리라.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라이프스포츠클럽 골프 제너럴 매니저,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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