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골퍼, 생각 많아지면 ‘멘탈붕괴’ 홍역 찾아온다

시계아이콘03분 05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여민선의 골프 정담(情談) 골프는 정신력의 경기

골퍼, 생각 많아지면 ‘멘탈붕괴’ 홍역 찾아온다 대표적인 슬로 플레이어로 꼽히는 케빈 나 선수(왼쪽). 지난주 막을 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예선 탈락한 디펜딩 챔피언 최경주 선수.(오른쪽)
AD


지난주 막을 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TV를 통해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최경주 선수가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것을 봤다. 그리고 첫날과 이틀째까지 성적이 좋아 우승을 예감했던 두 선수가 있었는데 한 선수는 케빈 나(Kevin Na) 선수, 다른 한 선수는 찰리 위 (Charlie Wi) 선수였다.

이 두 선수는 공을 멀리 때려내는 장타 선수들이 아니다. 아이언샷이 일품이고 정교하며 특히 퍼팅을 잘하는 선수로 유명한 선수들이다. 이번 시합이 펼쳐진 곳은 미국 플로리다주의 TPC 소그래스골프장이다. 다른 시합 장소에 비해 거리가 짧아 스코어가 낮을 것 같았지만 반대로 정교한 샷을 뽑아내지 못하면 80대를 칠 수 있는 코스라 쉽지 않은 난감한 골프장이다.


시합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케빈 나 선수가 시합 내내 얼마나 특이한 행동을 했는지 봤을 것이다. 특히 티박스에 올라서서 티샷을 쳐내기까지 지루하고 민망할 정도로 시간을 끌었다. 어떤 때는 웨글(클럽 헤드를 좌우로 흔들며 긴장을 푸는 행동)만 8~9번을 했는데 그나마 스윙을 하지도 못하고 처음 루틴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뭐야’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정말 늦게 치는군, 짜증나겠다’고 동감하는 골퍼도 있을 것이다.

실제 나 선수는 인터뷰 중에도 같이 치는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양해를 구했다. 모든 시합에서 플레이가 늦는 선수들에게는 페널티를 준다. 실제 필자도 슬로우 플레이로 2페널티를 안고 예선을 1타차로 떨어진 경험이 있어 슬로 플레이(slow play)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마지막 날 우승조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던 선수에게도 늑장플레이라면서 2페널티를 던져 선수의 화를 돋게 했던 사건이 있었음을 기억하는데 나 선수에게는 슬로 플레이에 대한 페널티를 주지 않았다. 왜일까? 도대체 누구는 페널티로 예선을 떨어지고 누구는 우승에서 멀어지는데 이처럼 그냥 넘어가는 경우는 뭘까?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먼저 나 선수의 솔직한 인터뷰 덕이 크다. 그리고 샷을 하는 시간은 늦었을지 모르지만 앞 팀과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걸었다는 것이다. 골퍼라면 겪어 봤을 스윙에 대한 불안함, 이를 알고 느껴 봤다면 나 선수의 행동이 어쩌면 이해가 갈 것이다. 나 선수는 지독한 컨디션 저하로 오래 동안 힘들어 하다가 드디어 리드하는 시합을 하고 있었는데 머리 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 본인 스스로도 힘들고 괴롭다는 솔직한 인터뷰를 했었다.


게다가 너무나 미안하다고 고백하는 인간적인 모습에 나 선수의 슬로 플레이가 그냥 넘어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실제로 슬로 플레이로 협회에 보고가 들어오면 경기위원들은 초시계를 들고 코스로 들어와 선수들의 경기 속도를 잰다. 몇 홀을 그렇게 따라 다니면서 누가 늑장을 부리는지 찾아내 벌타를 주는데 대부분의 선수들은 자신의 슬로 플레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코스 안에서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필자가 미국에서 시합할 때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늑장 플레이로 벌타를 받은 선수가 자신은 아니라면서 눈물을 흘리며 고발하겠다는 이야기로 골프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것. 어찌 됐건 이렇게 늑장을 부리며 플레이 하는 선수들을 투어에서는 보고만 있지 않는 게 일반적인데 나 선수의 경우처럼 그냥 넘어갔다는 것이 놀랍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나 선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스스로도 짜증난다며 코스에서 자신에게 소리를 치는 장면도 TV방송을 탔다. 필자가 투어를 할 때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재기가 가능한 선수. 그리고 안 되는 선수 이렇게 나뉘었다. 선수가 어디에 부상을 입었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졌는데 뼈에 금이 가도 다시 붙으면 컴백(come back)이 된다. 허리 목 디스크 환자도 컴백을 한다. 하지만 내가 본 다음의 두 종류의 부상을 입은 선수는 컴백이 힘들었다. 첫 번째는 손가락 관절이 붓는 선수들. 두 번째, 절대 컴백이 안 되는 부상은 다름 아닌 머리였다. 머리 다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생각이 많은 선수들은 컴백이 안됐다는 얘기다.


필자와 같은 골프장에서 연습을 했던 켈리 부트(Kelly Boothe)라는 꽤 알려진 선수가 있었다. 루키(신인 선수) 해부터 성적이 매우 좋아 관심을 많이 받던 켈리 선수는 해가 갈수록 몸무게가 늘더니 어느 순간 걱정이 될 정도로 변해있었다. 뿐만 아니라 성적도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그녀를 골프장에서 만나 함께 연습을 하고 식사를 한 적이 있다.


필자는 너무나 놀라운 이야기를 그녀에게 들었다. 매일 밤 악몽을 꾸는데 시합 때 늦게 일어나 늦는 꿈. 또 티업(경기 시작을 위해 핀 위에 공을 올리는 것)을 하려고 하는데 티박스가 불뚝 솟아 올라와 공을 칠 수가 없어 뒷 땅을 치는 꿈. 게다가 공을 쳤는데 공을 못 찾아 날이 새도록 공을 찾는 꿈을 꾼다고 털어 놓았다. 이 얼마나 황당한 꿈인가? 골퍼라면 현실에서도, 꿈에서라도 절대 생기지 않아야 하는 일들이다.


이런 이야기를 스포츠 심리학자인 필자의 삼리학 코치 데이비드 라이트에게 이야기 하자, 그는 아마도 그 선수가 더 이상 선수생활을 하지 못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불행하게도 그 말은 현실이 됐고 그 다음해부터 필자는 그녀를 더 이상 골프장에서 볼 수 없었다. 골프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멘털’, 즉 정신력이 더 중요하다. 어느 단계에 가면 그게 다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모든 선수가 이 부분을 가볍게 앓고 이겨내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홍역을 앓는 아이가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위험한 경우가 생기는 것처럼 골프도 그렇다.


멘털이 바로 그런 홍역 같은 존재다. 바로 그 시작이 나 선수에게 찾아올지 몰라 팬들은 그를 응원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훌륭한 선수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생각이 단순할수록 골프는 잘 된다고 한다. 하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가. 그래서 골프를 잘 치기 위해 도를 닦아야 한다고들 하는 것 같다. 그렇게 골퍼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그게 바로 골프라는 게임의 진정한 매력일지도 모른다.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라이프스포츠클럽 골프 제너럴 매니저, 방송인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