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건물만 23개… 건축거장들의 빅쇼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2016년이면 용산의 스카이라인과 생활이 뿌리째 바뀐다. 한강로 일대와 서부이촌동은 초고층 빌딩 숲으로 탈바꿈하며 대한민국의 미래 50년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에 이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 들어서고 지하에는 코엑스몰 면적 6배 크기의 쇼핑몰이 조성된다.
31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재개발사업이라는 규모도 크지만 23개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의 디자인으로도 유명세를 타게 된다. 렌조 피아노(Renzo Piano), 아드리안 스미스(Adrian Smith),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를 비롯한 세계적 건축 거장들이 대거 참여, 착공에 들어가기 전부터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시행을 맡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주)은 이들이 내놓은 건축디자인을 지난달 공개했다. 계획설계(SD) 발표회장은 건축가들이 직접 디자인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열기를 고조시켰다. 국내 건설·부동산업계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앞으로 발주될 물량만 건축부문 6조5000억원, 토목부문 1조4500억원 등 총 8조원에 달하는데다 건축 디자인의 새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인 이유에서다.
◇랜드마크의 랜드마크=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23개 초고층 빌딩은 각 특성에 맞춰 시공되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111층 620m규모의 ‘트리플 원’의 경우 중심지로의 역할 뿐만 아니라 다른 빌딩들의 개성을 돋보이도록 건립된다. 설계를 맡은 렌조 피아노가 높이에 따른 개성을 부여하기보다 상층부 첨탑의 대각선면을 정남쪽에 맞춰 위치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리플 원은 랜드마크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총 100개층을 오피스로 구성했으며 중간에 위치한 3개의 스카이로비에는 오피스를 지원하는 부대시설, 레스토랑, 카페,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타워의 기준층은 4.5m의 여유로운 층고와 정교한 파사드 디자인을 통해 충분한 자연채광을 제공한다. 전동 블라인드 시스템을 도입해 직사광선을 최소화했고 에너지 절약을 위한 친환경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개발된다.
지하에는 쇼핑몰, 지상 포디움에는 국제회의시설과 공연시설, 타워 최상층부 103~111층에는 전망대가 들어선다. 타워에 돌출된 형태로 매달린 2개의 돌출 전망대는 각기 다른 풍경과 함께 낭떠러지에 매달려있는 듯한 이색적 체험을 제공한다. 특히 야간에는 폐쇄적으로 변하는 일반 건축물과 달리 상층부 첨탑에서 레이저빔을 상공 900m까지 쏘아올려 언제든지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전망대에서의 가시거리는 80㎞다. 서울 전역은 물론 인천 앞바다에서도 이곳을 바라볼 수 있는 셈이다.
◇“거인들의 군무”= 트리플 원과 함께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완성할 다른 단지들도 개성과 조화라는 균형에서 조성된다. 업무시설의 핵심을 수행하게 될 하모니타워(47층·243m)는 한국의 전통 연등을 형상화했다. 건물 서쪽과 남쪽 입면에 수직으로 들어선 ‘윈터 가든(Winter Garden)’은 일사량, 습기, 자연환기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블루다이아몬드에서 모티브를 딴 블레이드타워(56층·293m)는 빛과 그림자, 투명함과 불투명함이 대조를 이루는 콘셉트로 디자인됐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프리즘으로 구성, 역동성을 표현했다. 다이아고널타워(64층·362m)는 용산역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구조체계와 외벽의 기하학적 형태를 대각선으로 반복해 용산 스카이라인에 대응하도록 설계된다.
각 건물의 지하 공간은 하나로 연결된 대형 쇼핑몰로 탈바꿈한다. 규모는 코엑스몰의 6배에 이르는 30만평에 육박한다. 용산역~한강시민공원까지 보행자 동선의 단절없는 이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방문객의 이동 편의를 위해 트램, 트롤리, 바이모달 등 신 교통수단은 단지를 순환한다.
한강변에 위치한 서부이촌동 이주자를 위한 주거공간도 마련됐다. ▲R1블록(3개동·834가구) ▲R2블록(3개동·728가구) ▲R4b블록(2개동·585가구)으로 나눠 조성된다. 이와함께 외국인용 임대아파트(R7블록·520가구)와 40~60㎡ 512가구 규모의 소형 임대아파트도 계획됐다.
◇건축 거장, 한 자리에= 총 23개 초고층 빌딩 설계를 맡은 건축가들의 이력도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트리플 원을 맡은 렌조 피아노는 런던 브릿지 타워와 뉴욕 타임즈 타워를 설계한 현존 세계 최고의 건축가로 꼽힌다. 형태와 구조의 완벽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그는 트리플 원 설계 과정에서 “기술의 한계를 시험했다”고 말했다.
세계 초고층 빌딩의 역사를 직접 쓰고 있는 아드리안 스미스도 참여했다. 현 최고층 빌딩(부르즈칼리파)과 앞으로 들어설 최고층 빌딩(킹덤타워)을 설계한 그는 이번 사업에서 유일하게 2개의 설계를 맡았다. 그 역시 한국 전통 건축미를 콘셉트로 건물 외피의 전체 형상과 타워 기단부의 돌출형 캐노피를 처마형태로 형상화했다. 2008년 이화여대 ECC(Ehwa Campus Complex)를 설계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도미니끄 페로는 블레이드타워에도 커튼월 형식으로 공간감을 표현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설계가도 눈에 띈다. BMW 이탈리아HQ빌딩을 설계한 폴 노리타가 탄케는 원을 펼쳐놓은 듯한 외관에 첨단 LED빌보드를 적용했다. 이는 폭 16m, 높이 9m의 초대형 디스플레이와 함께 미디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통 역할을 맡게 된다. 스위스 취리히 공항을 설계한 리켄 야마모토는 주상복합을 맡았다. 한강 및 단지 전체를 앞뒤로 조망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 바람 사이를 움직이는 천의 흐름을 형상화했다.
개성이 강한 23개 건물의 조화를 이룬 것은 다니엘 리베스킨트다. 2014년 준공될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밀라노의 피에라 밀라노가 그의 대표작이다. 전통문화가 담긴 건축물을 지향하는 그는 세계무역센터(WTC)에 이어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도 마스터플랜 설계자로 선정됐다. 그는 “대규모 건축물을 음악과 같이 서로 연결한 모습을 볼 수 있어 기쁘다”며 “각 설계사들과 같이 사람들의 삶을 연결하고 서울을 지속가능한 도시로 구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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