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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이 넓은 그 집엔 언제나 빛과 바람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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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기자의 ‘아름다운 집’ 순례 | ③경기도 성남시 판교동 ‘주택’

창문이 넓은 그 집엔 언제나 빛과 바람이 산다 지하층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 옥상 지붕에 설치된 채광창을 통해 빛이 지하층까지 오게 만들었다.[사진 이코노믹리뷰박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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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흙, 나무, 바람. 집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생명을 만들고 지탱할 수 있는 이 요소들은 판교동 주택 곳곳에 사용됐다. 집의 기초는 흙과 콘크리트가 만나 기둥을 올렸고, 주택 안은 선조의 지혜가 담긴 툇마루 등의 고마루를 벽체에 마감했다. 이 주택의 가장 큰 매력은 빛(光)이다. 하늘로부터 내려온 빛이 창과 만나 굴절하면서 계단을 휘감고 내려가 방 곳곳으로 파고들도록 만들어진 주택, 그 자체가 예술이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 위치한 이 주택은 옥상을 포함해 3층 구조로 만들어졌다. 대지 약 248m²에 건물은 230m²다. 1층은 거실과 주방 화장실 등이 위치해 있으며, 2층에는 안방이 자리하고 있다. 주택은 총 4개의 방과 드레스룸 1개, 화장실 3개로 만들어졌다.


이 주택이 가진 또하나의 매력은 ‘실용성’이다. 복도식 구조를 없애고 동선을 확실하게 구분해 공간감을 극대화한 점이 특징이다. 230m²(70여평)지만 공간감은 100평 이상으로 느껴지는 마법이 바로 거기에 있다. 공간감을 높이기 위해 만든 채광창이나 이른바 거실에 설치하는 메인창도 중요하다.

이집의 핵심 포인트는 ‘ㄱ’형태로 만들어진 거실창이다. 아파트처럼 일자 형태로 만들어진 창의 경우, 시선이 일직선으로 이뤄져 자칫 답답해지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이 집은 복층처럼 넓은 천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ㄱ’자 거실창 하나로 공간이 사방으로 열리는 느낌을 전달했다.


채광창 등 일반 창의 경우도 사람 눈높이로 만들어졌다. 거실창을 제외하고 모든 방의 창은 5.1m의 높이를 가졌다. 밖에서도 쉽게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동시에 공간이 넓어지는 효과도 누릴 수 있는 설계다. 이 방법은 집을 설계한 에코건축사사무소의 노하우이기도 하다. 이 방법은 면적이 작은 공간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창문이 넓은 그 집엔 언제나 빛과 바람이 산다 1. 마당은 주방과 일직선 구조를 갖고 있어 파티를 할때 이동이 편리하도록 했다. 2. 거실창을 ‘ㄱ’자 구조로 만들어 개방감을 더욱 넓혔다. 3. 이 주택의 정문 모습. 거실창과 2층 안방 창을 높여 밖에서도 쉽게 볼 수 없도록 했다.


공간감을 넓어 동선의 움직임도 좋다. 주방이 대표적이다. 주방은 부엌가구를 중심으로 식탁을 일렬로 배치하고 뒤쪽 작은 마당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엔트리 공간 겸 세탁실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간에 양쪽으로 문을 만들고 씽크대가 아일랜드 효과로 이어지도록 했다. 주방이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2개의 문을 통해 동선을 크게 만들면서 주방은 더욱더 커지는 역할을 했다.


빛과 바람의 굴절을 이뤄낸 이 주택에서 발견한 특이한 매력은 윗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다. 콘크리트로 마감된 기존의 집과 달리 계단을 오픈해 공간감을 더욱 넓혔다. 계단을 이렇게 탄생한 이유는 바로 ‘빛과 바람’ 때문이다. 옥상 창을 통해 빛이 집안으로 들어오게 만들고 계단을 두루 감싸는 형태로 만든다.


빛은 또 계단마다 만들어 놓은 계단 채광창을 만나 지하까지도 밀고 들어간다. 지하창고에서 현재 음악실로 사용하고 있는 지하실이 항상 빛을 머금고 있어 은은한 조명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실용성과 자연이 만난 주택
옥상 채광창은 남서향에 위치해 있어 밖이 어두워질 때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항상 일정한 조도를 유지하는 것도 이집의 자랑거리다. 바람도 마찬가지다. 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오면서 계단을 거닐며 지나가도록 했다.


창문이 넓은 그 집엔 언제나 빛과 바람이 산다 1. 2층 안방은 고마루를 벽체 마감으로 사용해 옛스러운 멋과 더불어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2. 모든 창은 2개를 설치해 환기가 잘되도록 했다. 3. 이 집의 하이라이트격인 오픈형 계단. 빛과 바람이 잘 순환되는 것은 물론 이국적인 멋까지 더했다. 4. 집은 남서향 구조로 만들어져 항상 빛과 바람이 잘 들어오게 만들었다. 5. 주방에 두개 문을 만들어 이동시 편의성을 높였다.


이 바람은 집안 곳곳으로 이어지면서 환기나 통풍이 좋다. 각 방마다 설치한 2개의 창도 같은 역할을 한다. 집을 설계한 에코건축사사무소는 주택을 설계할 때 각 방마다 2개의 창을 만든다. 하나의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또 하나의 창을 열어 순환하도록 했다.


현관문에서 먼저 만나는 것은 신발장이다. 반대로 이 주택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신발장과 창고다. 창고는 1~2평으로 만들어졌다. 창고에는 밖에서 쓸 수 있는 각종 도구들을 보관하도록 했다. 창고로 만들어진 지하 공간 역시 실용성을 두고 만들어졌다. 여름에는 지하의 차가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와 전체를 시원하게 만들고 겨울에는 옥상 채광창이 밑으로 내려와 따뜻하게 만다는 구조로 만들었다.


거실에 위치한 게스트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거실 끝 만들고 기존 벽체를 이용해 손님들이 조용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마감재 역시 곳곳에 실용성을 담았다. 주방과 습기가 찰 수 있는 지하에 물기를 흡수 할 수 있는 타일로 마감했다. 이 타일은 특징은 건조한 날은 수분을 방출해 가습효과도 가졌다.


또 다른 마감벽체로 고마루를 사용했다. 거실과 2층 안방 벽체에 고마루를 사용해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가지도록 했다. 벽체에 손상을 주지 않도록 갤러리 홀드 역시 매력 중 하나다. 사진이나 그림 등을 편리하게 걸 수 있도록 했다. 실용성은 옥상에도 적용했다. 가볍게 디너파티를 할 수 있도록 옥상을 양쪽으로 나눴다.


이렇게 설계했다 | 정창호 에코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집은 편안함과 실용성이 핵심”


창문이 넓은 그 집엔 언제나 빛과 바람이 산다

주택이 아름답고 미적 공간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집은 결국 ‘편리함’이 담겨야 하는 공간이다. 편리함이 담기지 못한 공간은 오히려 사람을 배신하고 집은 편안함을 주기 보다는 그저 화려한 공간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창호 대표는 공간을 설계할 때 ‘실용성’을 기본으로 생각한다.


“화려하게 만든 집은 결국 불편함을 가져오기 마련입니다. 이런 불편함이 오래 지속되면 집은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 아니라 피곤함을 가져다주는 대상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래서 집은 항상 실용성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빛을 얻고 싶을 때나 바람을 안고 싶을 때는 창문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집이 최고의 공간이죠.”


집은 사람들의 얼굴이기도 하다. 그래서 항상 남의 집을 보고 연구하고 자신의 집에 적용하고 싶어 한다. 사적인 공간에서 이방인이 찾아오는 것만큼 불편한 것도 없다. 정 대표는 이처럼 배려하는 공간까지 담아냈다. 거실에서 벗어나지 않는 화장실이 대표적이다.


“자신의 집에 첫 방문했을 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화장실이죠. 그래서 화장실 입구를 쉽게 볼 수 없는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거실 화장실은 들어가고 나오는 모습이 쉽게 노출되지 않게 만들었죠.”


집에서 창(窓)의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정 대표는 창의 가로 세로 크기에 따라 삶의 조망권이 달라진다는 나름의 논리를 펴기도 했다. 사람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창의 위치와 넓이는 정대표가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의 결정체나 마찬가지다.


“창밖을 보는 것은 공간감을 넓히는 작용을 합니다. 무조건 크고 좋은 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발에서 올라가는 창의 시작점, 높이, 창의 크기까지 바로 그 공간을 나타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것이지요.”


집은 함께 있는 공간이지만 각자의 개성적인 공간이 합쳐진 무대다. 이 공간은 남성과 여성이 있고, 때로는 여성처럼 세심함을 나타내고 한편으로는 남성처럼 우직한 느낌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공간은 컨셉트로 만들어지지만 각자의 공간을 알려야 하는 것이죠. 이 집의 경우 공용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을 거실과 주방으로 모았습니다. 그래서 식사 시간이나 TV 시청할 때는 가족들이 한곳에 모이기 마련이죠.”


정 대표는 “편안함이 삶을 풍유롭게 한다"고 강조한다. 집이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이 돼야 한다는 그의 건축철학이 느껴진다. 실용성을 주된 목적으로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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