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제 포기로 몇 시간 줄서기, 대중교통 이용은 하늘의 별 따기, 음식값은 바가지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2012여수세계박람회 행사가 아수라장이 됐다. 박람회장은 물론 여수시내도 성숙한 시민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말 연휴동안 22만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 가운데 관람객들 불만이 폭발 지경이었다. 조직위 홈페이지에도 항의가 빗발쳤고 곳곳에서 혼선을 빚었다. 인기전시관엔 사람들이 3~4시간 줄을 섰다. 이런 모습은 여수엑스포 조직위가 더 부채질해 여수 엑스포를 ‘3류 행사’로 전락시켰다.
최대인파가 몰린 연휴엔 시민의식도 사라졌다. 여수시내 식당들은 평일보다 음식값이 2배 이상 올려 눈총을 샀다. 평소 4000∼5000원이던 음식값이 7000∼1만원으로 올린 식당들이 수두룩했다.
서울에서 내려간 한 시민은 “된장찌게 하나에 7000원이나 되니 지역민들도 장사에만 혈안이고 잘 단속하겠다던 조직위와 여수시도 말만 앞세운 꼴”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몇 시간씩 줄서 기다려야=가장 큰 문제는 조직위의 혼선이다. 조직위는 정보통신(IT)강국답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전시관예약을 하겠다고 야심차게 준비했다.
그러나 개장 보름만에 이를 포기했다. 전시관예약제는 관람객들이 줄을 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아쿠아리움 등 인기있는 8개 전시관을 예약으로 입장시키는 제도다. 워낙 밀려든 인파에 항의가 이어지자 기본방침을 바꿔 더욱 혼란을 빚었다.
전시관예약제를 포기한 28일 오전 10시, 아쿠아리움 엔 1만여명의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대기시간만 7시간을 넘겼다. 오후엔 3~4시간으로 대기시간이 줄었지만 뙤약볕에 4~5시간씩 기다려야 했다.
예약제에 대한 불만도 컸다. 26일 여수에 온 한 시민은 “용인에서 8시간 넘게 달려와 아침부터 줄을 서고도 5시간 동안 아쿠아리움 하나도 제대로 못 봤다. 하루 더 기다려야 되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다음날 예약제가 풀리긴 했으나 주말내내 아수라판을 면치 못했다.
대기하느라 지친 한 시민은 “노인들은 일사병으로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행사장 내 파라솔 몇 개를 빼고는 그늘조차 없다”고 푸념했다.
행사가 끝난 밤 10시 후엔 숙소로 들어가느라 전쟁을 치렀다. 교통편도 부족했다. 도로도 좁고 그나마 차들도 꽉차 움직일 수 없었다. 택시마저 들어오지 않아 숙소까지 두어시간 걷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셔틀버스도 특정구역만 배차돼 숙소까지 가는 대중교통이 거의 없었다.
◇5만명이 적정 규모?=6월께 관람객들이 더 몰릴 것으로 점쳐짐에도 혼란이 사라질 지는 미지수다. 예약제가 없어지면서 환불소동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박람회장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인파가 5만명 정도. 때문에 혼란은 대회기간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조직위는 기존에 예약한 관람객들엔 환불하지 않는 대신 그대로 예약을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예약관람객과 줄 서는 관람객들이 뒤섞여 더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에 조직위도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토록 조직위가 자랑하던 IT강국의 예약시스템이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한 셈이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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