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구대표팀, 8년 만에 '숙적' 일본 꺾고 런던행 청신호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물리치고 2012 런던올림픽 본선진출에 청신호를 밝혔다.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대표팀은 23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세계예선 4차전에서 일본을 세트스코어 3-1(25-18 22-25 25-17 25-13)로 물리쳤다. 예선 1차전서 쿠바를 꺾은 뒤 강호 러시아와 세르비아에 연달아 패했던 한국은 이로써 예선 성적 2승2패를 기록하며 올림픽 본선행을 향한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한국이 일본 1진을 상대로 승리를 따낸 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8년 만이다.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22연패 사슬을 끊은 한국은 1993년 이후 상대전적에서도 29승29패로 균형을 맞추며 기쁨을 더했다.

경기장 분위기는 홈팀 일본을 위한 무대였다. 경기 시작 30분전부터 1만석에 달하는 관중석은 일본 팬들의 응원 물결로 가득 찼다. 일본은 한국전에 앞서 비교적 약체인 페루, 태국, 대만을 상대로 손쉽게 3승을 거두며 체력을 비축했다. 반면 한국은 강팀들과 잇달아 혈전을 벌인 탓인지 다소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은 침착했다. 1세트부터 ‘주포’ 김연경(페네르바체)을 적극 활용하며 거세게 일본을 몰아붙였다. 김연경은 이날 양 팀 최다인 34점을 올리며 세계 최고 공격수의 기량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13점을 성공시킨 대표팀 막내 김희진(IBK기업은행)의 활약도 돋보였다. 김희진은 1세트 6-9로 뒤진 상황에서 연달아 공격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어 21-17로 앞선 상황에서 두 개의 서브에이스를 성공시키는 등 만점 활약했다.

2세트를 접전 끝에 22-25로 내준 한국은 3세트부터 본격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중요한 순간마다 리베로 김해란(도로공사)이 디그를 이끌어내며 일본의 힘을 뺐다. 김연경과 한송이(GS칼텍스)는 김해란이 걷어 올린 공을 어김없이 공격으로 연결했고 일본의 서브리시브는 갈수록 불안해졌다. 4세트는 일방적이었다. 3세트 승리의 기세를 이어간 한국은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김연경이 연속 4득점을 올리며 9-3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기세가 꺾인 일본은 실책을 남발하며 자멸했다.

김연경은 경기를 마친 뒤 “일본은 수비가 뛰어난 팀이지만 한국 선수들이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강했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24일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한 뒤 25일 대만, 26일 태국, 27일 페루를 상대로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