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국보급 센터’ 서장훈(부산 KT)이 2012-13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난다.
서장훈은 21일 서울 논현동 프로농구연맹(KBL) 센터에서 전날 영입의향서를 제출했던 부산 KT와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1년간 연봉 1억 원. 지난 시즌 3억 5천만 원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화려했던 농구인생에서 마지막 시즌을 앞뒀기 때문이다. 서장훈은 “더 이상 돈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코트에서 내 마지막 농구인생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더 중요하다”라고 밝힌 뒤 “새롭게 시작되는 시즌을 마치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현역에서 은퇴하겠다”라고 밝혔다. 갑작스레 내린 결정은 아니다.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은퇴할 계획이었지만 너무나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개인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다”며 “내년이면 나이가 마흔이 된다. 더 이상의 선수생활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서장훈의 지난 시즌 성적은 명성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초라했다. 경기당 평균 21분 17초를 뛰며 7.5득점 2.9리바운드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가 개인 통산 647경기를 뛰며 남긴 평균 기록은 19.8득점, 7.9리바운드다. KT의 영입 제안으로 얻은 2012-13시즌은 만회의 기회다. 서장훈은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마지막으로 기회를 준 KT 구단과 전창진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말보다는 최선을 다해 남은 시간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어 “주전 여부에 크게 개의치 않겠다. 그저 열심히 뛰겠다”며 “이미 마지막 해라고 각오를 밝혔기 때문에 정신 자세나 기분이 더 강해졌다”라고 말했다. 서장훈은 KT에서 지급받게 될 연봉을 한 푼도 챙기지 않는다. 연봉 1억 원에 사비 1억 원을 보태 사회에 기부한다. 그는 “악몽과 같은 기억으로 은퇴를 하고 싶지 않았는데 한 시즌을 더 뛰게 돼 기쁘다”며 “명예 회복과 그간 받았던 과분한 사랑을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돌려 드리고 싶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뛰겠다”라고 밝혔다. KT는 지난 시즌 31승23패를 기록하며 리그 3위를 차지했다. 2012-13 시즌 전력은 더 강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근 LG로부터 김현중, 오용준을 데려온데 이어 서장훈까지 영입해 선수층이 한결 탄탄해진 까닭이다. 하지만 서장훈은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당장 우승을 다짐하기는 어렵다. 최근 3년간 좋은 성적을 유지한 KT의 고유 분위기에 방해가 아닌 도움이 되도록 백의종군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국보급 센터’의 마지막 코트는 어떻게 매듭지어질까. 전창진 감독의 배려와 서장훈의 투혼이 2012-23시즌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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