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오카다, 아롬 발디리스 컨디션 이상으로 활약 더 절실해져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이대호의 배트가 뜨겁다. 어느덧 오릭스의 간판 대포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여섯 번째 대형 아치로 퍼시픽리그 홈런 단독 2위로 올라섰다. 탄력을 받은 팀은 6연패(1무 포함)의 늪에서 빠져나오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대호는 19일 일본 도쿄 메이지 진구구장에서 펼쳐진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인터리그 경기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 1-2로 패색이 짙던 9회 2사 1루에서 역전 홈런을 터뜨렸다. 상대 마무리 토니 바넷과의 풀 카운트 대결에서 6구째 시속 137㎞짜리 몸 쪽 높은 컷패스트볼을 걷어 올려 왼쪽 담장을 넘겼다. 관중석을 향해 뻗은 타구는 그대로 관중석 하단에 꽂혔다. 펜스에 매달려 포구를 시도한 상대 좌익수 래스팅스 밀리지를 무색하게 만든 시즌 6호 홈런. 대형아치를 그린 건 지난 13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전 이후 6일 만이었다.
기사회생한 오릭스 더그아웃은 박수를 치며 이대호의 복귀를 반겼다. 반면 야쿠르트는 전날까지 12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철벽을 과시했던 바넷의 난조에 일순간 찬물을 뒤집어쓴 듯 조용해졌다. 기류는 오래가지 않았다. 오릭스는 이어진 9회 수비에서 마무리 키시다 마모루가 후지모토 아쓰시에게 적시타를 얻어맞아 3-3 동점을 허용, 연장전에 돌입했다. 이대호는 꼬여버린 흐름을 또 한 번 기분 좋게 풀어냈다. 연장 11회 2사 맞은 다섯 번째 타석에서 고의사구를 얻어 1루에 안착했다. 이후 야마사키 고지의 내야안타, 고토 미쓰타카의 볼넷으로 2사 만루 기회를 잡은 오릭스는 가와바타 다카요시가 싹쓸이 2루타를 날려 6-3으로 이겼다.
앞선 세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난 이대호는 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터뜨리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대형아치의 효과는 1승 이상이었다. 오릭스는 전날까지 6연패를 당해 리그 꼴찌(13승2무23패)로 내려앉았다. 지난 16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인터리그 경기를 0-6으로 내준 야수진은 3안타에 그친 부진을 반성하며 10분여 동안 미팅을 가졌다. 자리를 마련한 고토는 현지 매체에 “모든 선수들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걸 해보자고 서로 다짐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다음날(17일) 요미우리전에서 타선은 6안타로 2점을 뽑는데 그치며 팀의 연패(2-4)를 막지 못했다. 오히려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 이상으로 우려만 더 깊어졌다. 왼 허벅지 뒤쪽 근육(햄스트링) 통증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던 T 오카다는 16일 복귀했지만 아직 대타로만 출전한다. 19일 야쿠르트전에서는 아롬 발디리스도 다쳤다. 7회 세 번째 타석에서 타격 도중 가랑이에 부상을 입었다. 구단 측은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면밀한 관찰 뒤 20일 야쿠르트전 출장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오릭스에 이대호의 홈런은 한줄기 빛이나 다름없다. 6연패의 사슬을 끊으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까닭이다. 경기 뒤 현지 매체를 통해 밝힌 소감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그는 “우리 팀의 선발투수 기사누키 히로시(7이닝 1실점)가 상대 선발 올란드 로먼(8이닝 1실점)보다 훨씬 좋은 투구를 했는데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타선 전체가 노력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동료들을 격려하며 꾸준히 팀 사기에 신경을 기울이는 셈이다.
가까스로 얻은 승리는 충분히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날 0-1로 뒤진 8회 대타로 나서 동점 희생플라이를 날린 기타가와 히로토시는 “점수를 얻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현재 우리 팀에게 가장 필요한 처방은 승리”라고 말했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도 “한 경기를 이겼다고 기뻐할 때가 아니다. 내일부터 반드시 연승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주춧돌을 마련한 이대호는 연승 도전의 해결사나 다름없다. 최근 5경기에서 때린 안타는 6개. 이 가운데 3개는 홈런이었다. 5타점과 4득점을 거의 혼자 책임지며 중심타자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퍼시픽리그 홈런 순위는 어느덧 단독 2위까지 올라섰다. 1위 윌리 모 페냐(소프트뱅크)와의 격차는 3개. 센트럴리그를 포함한 일본 프로야구 전체로는 5위다. 이날 이대호에게 홈런을 얻어맞은 바넷은 “실투였다. 처음에는 배트에 맞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그대로 담장을 넘어가버렸다. 변명할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대호의 배트는 더 이상 리그 적응에 매달리지 않는다. 선수단과 하나가 되어가며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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