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탓 취업에 밀려 거리로 내몰리기도…성폭력 등에 무방비
[아시아경제 김종수 기자]"여성노숙인들 대다수는 40~50대였고 20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20대 여성의 비중이 늘고 있다."
노숙인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노숙인을 지원하는 쉼터인 '열린여성센터' 서정화 소장의 말이다.
최근 20대 여성 노숙인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불황 탓에 취업이 어려워지고 그나마 일용직 등으로 일했던 직장에서 밀려나면서 거리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 소장은 "현재 우리 센터만 해도 29명의 여성노숙인 중 20대가 5명(17.2%)에 달한다"고 전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여성노숙인은 전체 노숙인의 6.7%인 181명이었으나 유럽 재정위기를 겪은 8월에는 187명으로 늘었다.
올해 4월에는 17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여성노숙인들이 날이 풀리면서 쉼터 등에서 거리로 나오고 있어서다. 서 소장은 실제 여성노숙인 수가 정부나 지자체가 집계한 수치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그는 "현재 숙식과 건강 회복 지원, 자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쉼터에 속한 노숙인의 10%, 거리 노숙인의 6% 가량이 여성 노숙인"이라며 "우리만 해도 2004년 센터 설립 이래 단신 여성과 자녀를 동반한 모자 가정 등 650여명이 센터를 거쳐갔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 통계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여성 노숙인들은 몸을 노출시키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거리에 노숙하지 않고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숨어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거리에서 노숙하는 여성은 20명 안팎에 머문다. 하지만 이는 서울역, 영등포역 등 여성노숙인들이 기피하는 13개지역 노숙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실제 연중 내내 철야 예배를 하는 서울시 영등포구 A교회만 해도 매일 15~20명 정도의 여성노숙인이 찾아온다.
자녀를 동반한 모자 가정의 경우 대체로 가정폭력 때문에 집을 나온다. 서 소장은 "자녀를 동반한 모자 가정의 70~80%는 가정폭력으로 남편을 피해 도망나온 것"이라며 "싱글인 경우 실직 등 경제적 이유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정신질환이나 신체적 질환 등으로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있다.
여성 노숙인은 남성 노숙인보다 취약하다. 특히 성폭력 등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정책입안자들에게 여성 노숙인 문제는 간과되기 쉽다. 노숙인 대다수가 남성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여성 노숙인을 위한 쉼터는 열린여성센터를 비롯, 화엄동산, 아가페의 집 등 7곳에 불과하다.
이우룡 서울시 자활정책팀장은 "노숙인은 빈곤의 대물림, 사회구조적인 문제, 일시적인 경제적 곤란 등으로 법적ㆍ사회적으로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인만큼 우리 사회가 보듬고 안고 가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는 올해 쉼터 등 노숙인 지원 사업에 전년대비 14.7% 늘어난 429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고 덧붙였다.
김종수 기자 kjs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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