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드라이빙' 이대로 좋은가
(하)선진국 고령운전대책서 배운다
60대 이상 1~4년 주기 적성검사, 도로주행도 필수
안전운전 교육 이수하면 해외선 보험료 할인도
경로우대 마크 부착 등 실효성있는 제도 도입해야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60대 이상 고령운전자 자격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면허갱신 기간을 대폭 줄이거나 도로주행 시험을 정기적으로 받게 하는 등 '운전 능력 감퇴' 여부를 꼼꼼히 체크한다.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보험료를 깎아주기도 한다. 고령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대중교통비 할인 쿠폰과 같은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노인운전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없는 우리나라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정관목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이유로 운전을 못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노화에 따른 신체능력 저하라는 불가항력적인 요소를 감안해 실효성 있는 관리체계를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노령운전자 관리체계는 세 가지 큰 틀에서 이뤄지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게 운전면허 갱신주기 단축이다. 미국에선 면허 갱신을 위한 적성검사 주기를 주에 따라 1∼4년으로 단축했다. 만 87세가 넘으면 의무적으로 매년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만약 안전운전이 어렵다는 의심이 되는 경우 건강전문가로 구성된 의료진단위원회에서 최종 갱신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에서는 69세까지는 5년, 70세는 4년, 71세 이상은 3년 단위로 적성검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80세 이후에는 2년마다 적성검사를 받도록 검사 주기를 조정했다. 운전면허증을 반납할 경우에는 대중교통요금 할인 쿠폰을 줘 노인 운전 제한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는 2030년이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데, 이를 감안해 적성검사 주기를 현재 5년에서 더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위험률을 낮추기 위해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사례도 있다. 영국의 체험교육제도 '패스 플러스(PASS PLUS)'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60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 취득 이후 일정 기간 마다 긴급상황 대처법 등을 체험을 통해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 해당 교육을 이수할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벌점 부여 때 일정 부분 경감할 수 있도록 혜택을 부여한다.
일반운전자의 양보와 배려를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에서는 만 70세 이상이 되면 의무적으로 차량에 '네잎 클로버 마크(실버 마크)'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경로우대 마크를 차량에 부착, 주위 차량들이 식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교통약자 배려 문화운동이 전개되고 있지만, 사회단체가 주도하고 있어 이에 따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관목 교수는 "노인운전 차량을 인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차로 변경에 어려움을 겪는 차량, 저속 운행으로 뒤 차량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차량을 발견했을 때도 양보와 배려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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