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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택시운전 사고 25%는 사망사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0초

'실버 드라이빙' 이대로 좋은가
(중)'도로 新무법자' 고령 영업운전기사
특별한 기술 필요없어 은퇴자 취업 크게 늘어
대리운전자도 급증세 "보험료 할증 도입 필요"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거주하는 임 모씨(42세)는 택시를 잡을 때 운전기사 얼굴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올해 초 나이가 지긋한 운전기사 택시에 탔다가 교통사고가 날 뻔했던 기억 때문이다. 임 씨는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차량과 충돌하기 직전 상황까지 갔었다"며 "깜짝 놀라 한마디 했다가 오히려 핀잔만 들었다"며 씁쓸해했다.


# 지난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둔 최 모씨(57세)는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나이가 취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어림잡아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기사들이 심심찮게 목격됐다. 이들은 대부분 하루 종일 일하다시피 한다. 저마다 얼굴에 새겨진 다크써클이 안쓰럽다.

택시 등 영업용 차량 운전자 고령화가 교통안전의 새로운 위협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운전을 업(業)으로 삼는 청ㆍ장년층이 떠난 자리를 은퇴 이후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버 세대가 메우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8일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만 60세 이상 택시운전자는 8267명으로 3년 전인 2008년 말 6030명 보다 37.1%나 늘어났다. 이 기간 동안 30대와 40대 운전자는 각각 1989명(53.1%)와 28.9%(4381명)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택시조합 관계자는 "대중교통 환승제, 대리운전 활성화 등 승객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택시기사들의 수입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은퇴자 입장에서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데다 3년 무사고로 운전할 경우 개인택시 자격을 얻을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은 전국 택시운전 종사자 가운데 65세 이상 운전자가 최근 10년 동안 10배 정도 늘어났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노인 택시기사의 사고 위험이 높다는 것. 체력과 운동신경 저하로 위기대응 능력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고령 개인택시 운전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승객 유치를 위한 과당 경쟁까지 하면서 사고 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개인택시 업종의 사고율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 사고 건 수에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달했다"며 "특히 이들 운전자의 사망사고 비율은 25%를 넘어서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고령 사업용 운전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 정밀검사 도입 등을 교통법규에 마련하고, 고령 개인택시 운전자에 대해선 보험료 할증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년층 기사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는 대리운전 영업에 대한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특히, 은퇴자의 경우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투 잡(two job)'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피로 누적에 따른 대형사고 가능성이 높다.


손보사 관계자는 "고령의 대리운전자가 사고를 냈다고 해서 뾰족한 추가보상 방안은 없다"며 "대리운전업체는 대부분 책임보험에만 가입하고 있어 대형사고땐 차 소유주도 피해를 일부 보상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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