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 예비CEO들의 고군분투기
“사업의 관건은 독창성이다. 절대로 타인을 모방하지 마라.” 소니의 창립자 이부카 마사로
20살 때 페이스북을 창업해 세계적인 소셜 네트워크 기업으로 키운 마크 주커버그를 꿈꾼다! 험난한 망망대해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 하나로 뛰어들었고 거친 파도 또한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과 노력의 주인공들. 취업 대신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을 하겠노라며 사업을 택했다. 2030 청년 창업가들이 바로 그들이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취업해 2~3년간 직장을 다니다가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창업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특이한 아이템을 찾던 중 에코 분야로 눈길이 갔고 ‘에코 메탈리즘’이란 콘셉트로 캔뚜껑이 지닌 아름다움을 패션과 접목시켜 액세서리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패션디자이너로 공동 창업에 나선 김효진(27)·최혜지(25)씨
#“창업 아이템은 한국의 소비문화 패턴을 모티브로 한 아트주얼리입니다. 길거리 싸구려 액세서리에서 모티브를 얻어 오브제 성격의 장신구를 만드는 거예요. 수집품들을 직접 대량 복제한 후 재조합하면서 단 하나밖에 없는 실버 장신구를 제작하게 되고 원본과 복제의 경계를 무너뜨리는거죠.”
서울대 동양화·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아트주얼리페어 ‘SIERAAD’의 최고상 수상 경력을 이어 사업화에 나선 오세린(26)씨
#“철도분야 기술 중에 유사한 기술이 있습니다. 자동차 에코드라이빙 유도장치를 개발했어요.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기어(변속장치)를 드라이브 ‘D’ 모드에 놓고 운전하는데 이 장치는 신호대기 등의 이유로 브레이크를 밟아 자동차가 정지된 후 일정 시간이 유지되면 자동으로 기어를 중립 ‘N’ 모드 상태로 변환해 주는 거죠.”
기계철도 관련 회사 12년 근무 경험에서 우러나온 힌트로 창업의 길로 들어선 박성오(36)씨
저마다 특색 있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준비해온 지 1년여.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로 본격적인 CEO로서의 출발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지난 4월 30일 서울시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가 운영하는 청년 창업의 요람 ‘강북청년창업센터’를 방문, 예비 청년 창업가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 그들의 고군분투 창업 도전기를 들어봤다.
“창업자금 빠듯해도 가능성 보고 도전해요”
먼저 많은 청년 창업가들이 창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고생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 어떠했느냐고 다소 껄끄러운 질문을 던졌다. 고생들은 했지만 역시 주눅들지 않는 자신감이 돋보였다.
오세린 공감합니다. 자금이 부족한 게 늘 속상해요. 대학교 4학년 때부터 부모님의 지원을 일체 받지 않았는데 2009~2010년에는 돈이 없어 집에만 틀어박혀 작업 했습니다.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악착같이 돈을 벌어 주얼리 제작에 사용할 은값을 충당하고 있어요. 센터 지원도 받고요. 하지만 주머니가 얇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죠. 아직 실패하지도, 성공하지도 않았기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거잖아요.
박성오 원래 1500만~2000만원 정도를 창업 자금으로 잡았는데 막상 창업 준비를 하다 보니 예상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더군요. 어쩔 수 없이 적금을 깨고 도전을 시작했지요.
김효진 다행히 이곳 청년창업센터에서 지원받는 돈을 요긴하게 쓰고 있어요. A~D까지 등급별로 지원 금액이 다른데 저희는 A등급이라서 100만원을 받습니다. (최)혜지와 저는 각각 혼자 살고 있는데 월세며 생활비, 공과금을 내기가 만만치 않아요. 그래서 생활비는 아직 부모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청년창업센터가 예비 창업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을수 없었다.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혜지·김효진 그럼요. 자금은 물론 판로 개척, 마케팅이 혼자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죠. 센터 측에서 관련 행사나 전시 등을 자주 마련해 줘서 판로를 뚫는 데 도움을 받고 있어요. 이렇게 인터뷰할 기회도 생기고요. 센터에 입주해 사무실 임대료가 안 드는 것만 해도 큰 짐을 더는 거예요.
박성오 이곳은 고정비를 줄이고 사업장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통로예요. 다른 예비 창업자들과 네트워크를 쌓고 소통을 하니, 동기 부여와 정보 교류, 시행착오를 줄이는 측면에서도 좋고요.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라면 청년창업센터를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이번에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어려운 점을 솔직하게 얘기해달라고 주문했다.
김효진·최혜지 사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실현하기까지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에요. 구상한 생각들을 직접 민들어 놓고 보면 기대했던 결과물로 나오지 않을 때가 부지기수였으니까요. 그때마다 센터 내 멘토의 조언이 힘이 됐습니다. 또 우리만의 디자인 철학과 고집이 있어 제품을 제작하는 입장과 소비자의 입장을 절충하는 데 고민이 많아요. 저희 제품을 처음 본 국내 소비자들은 ‘너무 세다’는 표현을 하곤 해요. 굳이 판매로 이어지지 않아도 우선 우리가 추구하는 바를 진행해 보고 결과에 따라 디자인 절충 여부를 결정해야겠죠.
오세린 제품 재료가 전부 은입니다. 내용상 꼭 은이 들어가야 하는 당위성이 있어 어쩔 수 없어요. 작년에 은 한돈 값이 5000원을 넘어갈 만큼 비쌌거든요. 제 경우 킬로그램 단위로 사야 하는데 은을 마련하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지 아픈 질문을 하나 더 던졌다.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효진·최혜지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데 극복할 수 있는 열정과 끈기가 중요해요. 직장을 다니는 경우 창업 준비 기간 동안 수입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선뜻 퇴사 결정을 내리기 두렵죠. 어린 나이지만 지금까지 오기로 버텨왔어요. 그 오기로 미래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토털 패션 전문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세린 안정된 직장생활에 대해 과감히 미련을 버려야 창업에 올인 할 수 있어요. 두렵진 않았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얻는 카타르시스는 그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는 생각이 들어서죠. 올 여름에는 독창성에 더욱 초점을 맞춘 제품으로 주얼리 숍이나 아트숍으로 유통을 추진해보려 합니다.
박성오 자동화 기술뿐 아니라 제조 분야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자금이 좀 많이 들긴 할 텐데 내년 초까지 제조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간단한 자동화 관련 제품 개발에 들어갔어요.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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