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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100퍼센트] 우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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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100퍼센트] 우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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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영화 <어벤져스>의 스포일러가 포함 돼 있습니다
“세상에 슈퍼 히어로가 당신뿐인 거 같나? 당신은 더 거대한 세상의 일원이 된 거야.” <아이언맨>에서 정부의 정보기관 쉴드의 닉 퓨리(사무엘 잭슨)가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한 말은 현실이 됐다. <아이언맨>이후 토니 스타크는 거대한 세상을 만났다. 시대적 배경은 <아이언맨>의 현대를 넘어 <퍼스트 어벤져>의 세계 2차 대전과 <토르>의 고대 신화로, 적은 <인크레더블 헐크>(이하 <헐크>)의 미국 군대와 <토르>의 외계의 존재로 확장됐다. 그리고 <어벤져스>에서 토니 스타크는 차원 이동을 통해 지구를 공격하는 외계인과 싸운다. <아이언맨>에서 <어벤져스>까지의 4년. 2000년대에 자본과 기술의 힘으로 탄생한 슈퍼 히어로가 시공을 초월한 다른 슈퍼 히어로들과 함께 외계인과 싸우는데 걸린 시간. 닉 퓨리가 <어벤져스>에서 던진 한 마디는 <아이언맨>, <헐크>, <토르>, <퍼스트 어벤져>가 결국 어떤 이야기를 위한 것이었는지 정의한다. “지구를 지키는 슈퍼 영웅들.”

각자 활약하던 슈퍼 히어로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적과 싸운다. <아이언맨>부터 <어벤져스>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구성 방식은 마블 코믹스가 수 십 년 동안 코믹스를 통해 해온 일들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그러나 만화의 제작 방식을 영화로 옮긴 것만으로 관객의 심장을 뛰게 할 수는 없다. 마블코믹스는 <어벤져스>로 관객들의 현실과는 다르지만, 슈퍼 히어로들에게는 현실적인 세계를 완성시켰다. 억만장자 토니 스타크와 불멸에 가까운 토르가 함께 싸우고, 지구인이 외계인의 침공을 걱정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세상.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인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가 브루스 배너(마크 러팔로)가 변신한 헐크와 힘으로 맞설 수는 없고, 모든 슈퍼 히어로의 위에는 정체불명의 힘을 가진 큐브가 있는 나름의 체계가 있는 세상. 마블 코믹스는 불과 다섯 편만에 슈퍼 히어로 코믹스의 생태계를 영화로 옮겼다.


<토르>의 적+<퍼스트 어벤져>의 구성+<아이언맨>의 유머


[강명석의 100퍼센트] 우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필요하다 순둥이 같은 얼굴의 브루스 배너나 전형적인 미국 미남 캡틴 아메리카는 영화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통찰의 본질은 터럭하나 움직이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어벤져스>의 감독 조스 위든은 슈퍼 히어로 코믹스 < IDENTITY CRISIS >의 서문을 썼다. 이 슈퍼 히어로물 마니아는 <어벤져스>에서 자신의 말을 실천했다. <어벤져스>에서 헐크는 원작처럼 외계인의 함선을 부술 만큼 엄청난 힘을 가졌다. 70년 동안 냉동인간 상태였던 스티브 로저스는 문화충격에 괴로워하는 대신 성조기 무늬가 새겨진 옷을 입고 지구를 지키는데 열심이다. <어벤져스>의 주인공들은 스티브 로저스의 자조처럼 “구식(Old fashion)영웅”들이다. 브루스 배너도 분노하면 헐크가 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대신 <어벤져스>는 “난 늘 화가 나있다”며 스스로 헐크로 변신해 다 때려 부수는 액션의 쾌감에 집중한다. 조스 위든은 관객의 현실에 눈 맞추기 위해 슈퍼 히어로의 현실을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슈퍼 히어로들의 원래 설정들을 충실하게 지키면서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현실의 관객들을 움직였다. 조스 위든은, 세상을 바꿨다.


조스 위든은 <어벤져스>에서 진정 구식 영웅의 방식으로 슈퍼 히어로의 세상을 만든다. <어벤져스>는 슈퍼 히어로들이 모이고, 갈등하고, 화합하는 단 세 개의 시퀀스로 이뤄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싸우거나, 헐크가 여성 스파이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을 쫓는 캐릭터간의 화학작용은 구식이라 해도 좋을 만큼 예상 가능하다. 슈퍼 히어로들이 말다툼을 할 때 그들 주위를 한바퀴 돌면서 불안한 구도의 클로즈업으로 잡던 카메라는 그들이 힘을 합치면 역시 한 바퀴 돌면서 그들 전체의 모습을 담는다. 그러나 조스 위든은 <어벤져스>현실에서 100피트쯤 떠 있는 톤으로 영화 전체를 통합시키며 전형적인 요소들을 즐거움으로 바꾼다. 액션은 나타샤 로마노프와 클린트 바톤(제레미 레너)의 1:1 격투부터 헐크가 도시 전체를 때려 부수는 것까지 다양하지만, 뼈가 꺾이거나 피가 튀는 잔인한 장면은 없다. 그만큼 의도적으로 현실감을 결여시켰고, 영화 내내 등장하는 유머는 이런 효과를 더욱 강화한다. 로키가 자신의 형제라던 토르는 그가 이틀 사이 80여명을 죽였다는 말을 듣자 “입양된 형제”라고 말을 바꾼다. <어벤져스>는 이야기가 진지해지려는 순간마다 유머로 스스로를 현실에서 띄워놓는다. 덕분에 관객들은 “지구를 지키는 슈퍼 영웅들”의 유머와 액션과 캐릭터의 매력을 부담도, 의심도 없이 즐길 수 있다.


브루스 배너가 에드워드 노튼에서 브루스 배너의 순둥이 같은 표정을 부각시키는 마크 러팔러로 바뀐 것이나, 전형적인 미국 미남이라 해도 좋을 크리스 에반스가 미국식 정의의 상징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하는 것은 영화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벤져스>의 슈퍼 히어로는 내면의 문제로 복잡한 표정을 짓는 대신, 튼튼한 심장을 가지고 적진을 향해 뛰어들어야 한다. 다른 슈퍼 히어로에 비해 힘은 약하지만 정의로운 성품을 가진 ‘구식 영웅’ 캡틴아메리카가 어벤져스의 리더가 되는 이유다. <어벤져스>는 <토르>에서 시작된 외계인의 침공을 <퍼스트 어벤져>가 보여준 전통적인 슈퍼 히어로물의 구성으로 풀면서 <아이언맨>의 유머로 통합했다. 그리고 헐크의 무지막지한 괴력을 통해 슈퍼 히어로이기에 이해될 수 있는 그들만의 세상을 눈앞에 보여준다.


<어벤져스>, 인간계와 슈퍼 히어로계를 연결하는 포털


[강명석의 100퍼센트] 우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필요하다 <어벤져스>에서는 뉴욕 한복판에서 전투를 벌였다. 이제 영화 속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안다.


쉴드의 요원이자 스티브 로저스의 팬인 필 콜슨(클락 그레그)은 캡틴 아메리카의 그림이 담긴 카드에 사인을 요청하며 “모으는 데 2년 걸렸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언맨>부터 슈퍼 히어로들을 관리하면서 어벤져스가 결성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스 위든 역시 필 콜슨처럼 슈퍼 히어로들의 팬이었고, 그들을 한데 모았다. 그리고 모든 슈퍼 히어로들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스티브 로저스와 토니 스타크는 서로 알아먹게 말 좀 하라며 “Speak english”라고 말한다. 조스 위든은 정말로 슈퍼 히어로의 세계와 현실의 관객 모두에게 통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었다. 영웅을 보며 꿈을 키웠던 소년이 자라서 자신이 열광한 그 세상을 실제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아이들은 또다시 슈퍼 히어로가 지구를 구하는 상상에 빠질 것이다. 꿈은 현실을 뛰어넘고, 다시 현실을 바꾸는 동력이 된다. 닉 퓨리가 말한 “우리가 그들(슈퍼 히어로)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이다.


그러나 슈퍼 히어로들은 <어벤져스> 전작들에서 시골처럼 한적하거나 뉴욕의 할렘처럼 제한적인 공간에서 싸웠다. 반면 <어벤져스>에서는 뉴욕 한복판에서 전투를 벌였다. 이제 영화 속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안다. 그들 중에는 슈퍼 히어로를 믿지 못하겠다는 정치인도 있다. 그리고 마블 코믹스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작가 스탠 리는 카메오로 나와 “뉴욕에 슈퍼 히어로가 있을리 없다”고 말한다. 스탠 리가 그러했듯, <어벤져스>는 뉴욕에 슈퍼 히어로가 존재하는 세계를 창조했다. 동시에 쉴드의 비행선에서 뉴욕의 거리로 내려왔다. <어벤져스>는 마블코믹스가 만든 새로운 세계이자, 슈퍼 히어로의 세상과 현실의 인간을 만나게 하는 통로(포털)였다. 시리즈를 새롭게 다시 만들지 않는 한, <어벤져스>의 슈퍼 히어로들은 인간들과 뒤섞여 살아야 한다. <어벤져스>는 10대 소년들이 꿈꾸던 슈퍼 히어로의 세상을 드디어 현실로 완성했다. 그러나 그 세상을 사는 슈퍼 히어로들은 모두 어른이다. 이 어른들이 만날 뉴욕의 현실에 대해 마블 코믹스, 또는 조스 위든처럼 어른이 된 슈퍼 히어로의 팬은 어떤 답을 내놓게 될까. 그래서 <어벤져스>는 시작일 뿐이다. 모든 슈퍼 히어로물이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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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강명석 기자 two@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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