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기아차가 엄청난 발전을 했다. 변화가 눈에 보일 정도로 두드러졌다."
2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K9 신차발표회에 모습을 드러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표정은 사뭇 밝았다. 이날 K9을 살펴본 주요 외빈들이 기아차의 성장속도에 경이로움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겸손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정 회장 조차 이날 만큼은 예외였다. 'K9을 시승한 적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타봤다. 이 정도 기술력을 갖추게 되기까지 10년 걸렸다"는 말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정 회장과 인사를 건넨 한 참석자는 "'훌륭한 차를 선보였다'는 덕담에 정 회장이 '사력을 다해 만들었다. 정말 좋은 차'라는 말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행사에 임하는 정 회장의 표정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행사 직후에는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등을 대상으로 직접 차문과 보닛을 열어 설명했으며, 취재진이 길을 가로막자 "식사 안하냐. 나도 밥 먹어야 하는데…"라는 말로 여유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충만해보였다.
정 회장의 자신감은 기아차의 인생역전에서 찾을 수 있다. 1999년 적자에 허덕이던 기아차를 인수해 불과 1년만에 흑자전환을 일궜다. 하지만 이후에도 불안정한 상황은 계속됐다. 당시 여건으로는 대형 럭셔리 세단을 만든다는 게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K9의 탄생에 대해 기아차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기아차와 현대차가 10년새 눈부신 발전을 이룬 것 역시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자신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다. 목표 달성과 신차 개발에서 실패를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K9 개발을 위해 4년 간 5000억원 이상을 쏟아붓기로 결정한 것도 당시 여건을 감안했을 때 쉽지 않았다.
지난해 현대ㆍ기아차는 가솔린 하이브리드차 독자개발 뿐 아니라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했다. 실패를 두려워 않는 정신과 하면 된다는 신념이 어우러진 결과다.
K9이 성공적으로 출시됐지만 고객의 평가를 받는 지금부터가 새로운 출발이다. "우리가 정성을 다해 고객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잘 만들겠다"고 말한 정 회장의 자신감이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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