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영세업자 밥그릇 뺏나···마장동시장 한우마트 논란
-정부, 시대 흐름 피할 수 없다며 농협 두둔 입장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농협 안심한우 육가공업체가 마장동 축산물시장 인근 신축 건물에 들어서면서 전통시장 상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형 마트 휴무 규제에서도 빠진 농협이 골목상권을 죽이고 영세업자의 밥그릇을 빼앗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장동 축산물시장 인근 빌딩에 농협 안심한우를 가공하는 가공공장이 들어설 것으로 예고돼 전통시장 상인들이 생업을 접고 농성에 나섰다.
이문형 마장축산물시장진흥조합 자문위원장은 “정부가 SSM 규제 등을 통해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골목상권을 강하게 지키고 있는 가운데 농협만 교묘하게 법을 피해 전통시장 안에 농협 안심한우 브랜드를 달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똑같은 물건을 경매해서 들어와도 농협 안심한우 브랜드를 달고 나온 제품은 거래처에서 달리 볼 수밖에 없다”면서 “전체 정육점과 식당에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농협이 현재 마장동 축산시장과 거래하고 있는 거래처를 다 빼앗아 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밖에서 장사를 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농협이 왜 전통시장 안까지 침범해서 상인들이 수십년간 자식을 교육시키고 입에 풀칠해 온 밥그릇마저 빼앗아 가려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안 그래도 전통시장이 장사가 안 돼서 미칠 노릇인데 우리를 죽이려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명근 마장동진흥조합 이사장은 “소상인은 음식점들의 요구에 공급량이나 가격 조건 등을 농협만큼 적정하게 맞춰줄 수가 없다”면서 “농협 안심한우는 군에 납품하는 것도 뺏아 가더니 이번에는 시장 안까지 침투해 거래처를 점령하고, 50년을 지켜 온 마장동시장을 농협은 안심이라는 브랜드 하나로 빼앗아 가려 한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시장 안에 '농협 안심한우 결사 반대' 현수막 걸어놓고 천막을 친 채 농성 중이다.
이 이사장은 “상인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농협 중앙회 앞에서 농성을 준비 중”이라며 “분신까지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농협안심 한우를 가공하는 협력업체인 태우그린푸드가 입점을 하는 것"이라면서 "기존 상권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가 흘러서 상황이 변하면 마장동도 큰 업체가 들어간다고 해서 마다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지원한 것은 전혀 없고 민간 스스로가 농협과 MOU를 맺고 영업장을 뒀을 뿐이고 농협에서도 기존 마장동 상인들과의 거래선은 전혀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박소연 기자 mus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