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림 439억 기업어음 막지못해 30일 1차부도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워크아웃 상태인 풍림산업이 법정관리 신청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2일까지 437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를 갚지 못할 경우 최종부도가 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기 때문이다. 대주단이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하면서 1차 부도가 난 상태여서 앞으로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다른 워크아웃 건설사는 물론 하도급 업체들에게까지 퇴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풍림산업은 지난 30일 만기가 돌아온 CP 437억원을 갚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1차 부도가 났다.
당초 풍림산업은 시행사로부터 인천 청라지구의 주상복합 ‘풍림 엑슬루타워’와 충남 당진의 아파트 ‘풍림아이원’ 에 대한 공사비 807억원을 받아 협력업체들에게 지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분양대금 계좌를 관리하는 농협과 국민은행이 공사대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자금이 막혔다.
주채권 은행인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신규 자금 형태로 대금을 지급하고 분양대금을 농협이 확보할 수 있도록 합의했지만 농협이 이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에선 금융권이 건설사를 과잉 부도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회수에 적극 나서면서 PF 대출 만기 연장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건설사들한테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농협과 국민은행은 각각 이 사업장에 540억원과 270억원씩 돈을 빌려줬으나 이는 시행사에 대한 대출이지, 시공사인 풍림산업에 대한 채권액은 거의 없다. 시행사 보호를 통해 채권 회수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풍림산업이 부도 위기에 내몰리면서 협력업체까지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풍림산업 협력업체 관계자는 "채권단 협의체에서 75% 찬성으로 결의된 사항을 농협이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본인들 채권 확보에만 혈안이 되고 있어 협력업체들까지 부도로 내몰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의 건설사 지원을 이끌어냈던 금융당국도 지금은 은행들의 지원 문제를 개입하는 데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건설사의 부도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3년 전 금융위기 때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풍림과 사정이 비슷한 우림건설과 신동아건설 등 다른 워크아웃사들은 이번 사태가 자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를 우려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림건설은 최근 우리은행에서 3차 신규자금 지원안을 부결하면서 회생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2차례에 걸쳐 약 1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수혈했던 채권단이 430억원 규모의 3차 지원은 안된다는 입장으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계가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며 "건설회사를 비롯 하도급업체의 연쇄 부도로 건설산업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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