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북한이 개방정책을 펴면 한국의 신용등급이 최고 네 단계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1일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외국인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과 경제적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개혁·개방이 한국의 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응답기업의 65.3%가 “상승할 것”이라고 답했다.
상승폭으로는 40.6%가 ‘두 단계’라고 전망했고, 이어 ‘한 단계’(38.1%), ‘세 단계’(15.6%), ‘네 단계’(5.7%) 순으로 답했다.
현재 피치(Fitch)사의 국제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이 한국(A+)의 신용등급을 일본(AA)이나 사우디아라비아(AA-), 홍콩(AA+), 미국(AAA)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상의는 “국가신용등급 상승은 기업의 해외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고 외국인투자를 확대시키는 효과가 크다”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은 물론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응답기업 3곳 중 1곳(34.7%)은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할 경우 한국에 대한 투자와 고용을 늘릴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금융업(50.0%), 유통업(40.8%), 제조업(30.1%) 순으로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이 많았고, 국가별로는 유럽(40.6%), 미국(38.9%), 일본(24.3%), 중국(31.3%) 순이었다.
북한의 개혁 개방 가능성에 대해서는 외국인기업 절반 이상(55.3%)이 ‘북한이 생존을 위해 개혁·개방을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고립과 봉쇄를 지속할 것’이란 답변도 33.4%로 나타났다.
개방정책 추진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3~5년내’(39.1%), '5~10년내‘(37.6%), ‘10~20년내’(9.0%), ‘최소 20년 후’(7.5%), ‘1~2년내’(6.8%) 순으로 답해 후계체제가 어느 정도 안착된 후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개방 추진분야로는 ‘관광’(45.1%), ‘자원개발’(20.3%), ‘경공업’(18.8%), ‘유통물류’(9.0%) 등을 예상했다.
남북경협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응답기업 60.8%가 ‘가능하다’고 평가했으며 기대효과로는 ’개혁 개방 촉진‘(45.6%), ’시장경제 전파‘(27.5%), ’주민의식 향상‘(18.1%) 등을 차례로 들었다.
최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별 영향없거나(45.3%) 심리적으로만 위축됐다(40.4%)는 답변이 많았다.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응답은 14.3%에 그쳤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도발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더 고조될 경우에는 ‘사업계획을 축소하겠다’는 응답이 31.0%에 달해 북한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북한의 개혁 개방을 앞당기기 위한 정책과제로는 ‘경제교류 확대’(39.6%), ‘대화재개 및 강화’(22.0%), ’불필요한 북한 자극 자제‘(18.0%), ’인도적 지원 강화‘(10.6%), ’중국 등을 통한 설득 지속‘(9.8%) 등을 순서대로 꼽았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북한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미사일발사와 핵무기개발을 지속하는 것은 체제불안에 대한 반증”이라면서 “정부는 북한에게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을 인식시켜 주는 한편 개혁 개방을 택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고, 대북 경제개발 지원방침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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