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가가 내한공연, 현장 가보니…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망사 스타킹은 기본. 피 범벅 분장에 짙은 메이크업과 과감한 노출, 10㎝ 이상의 굽 높은 구두까지. 다소 괴기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의상으로 치장한 사람들이 수없이 몰려들었던 현장이었다. 바로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26)의 내한공연이 열린 잠실 주 올림픽경기장 풍경이다.
◆ '몬스터핏'이 뭐길래?
지난 27일 오후. 저녁 8시에 예정된 공연이 시작되기까지 아직 5시간 넘게 남아있었지만 이미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인원만 족히 1000여명은 넘어 보였다. 바로 '몬스터핏(MONSTER PIT)' 대기자들이라고 했다.
'몬스터핏'이란 레이디가가가 공연 중 걸어 나오는 무대(워킹스팟) 주변의 'ㄷ'자 형태의 스탠딩 구역으로 선착순과 파티룩 기준으로 주최 측에서 2000명 정도를 선별, 팔찌 배포와 함께 보다 일찍 입장을 허락해준다. 가가의 애칭인 '마더 몬스터'에서 따온 이름인 듯한 이 자리를 위해 열혈 팬들은 전날 밤부터 와서 줄 서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 나도 '레이디 가가'
이날 볼거리는 단연 레이디가가 코스프레였다. 레이디가가에 뒤지지 않을 만큼 파격적인 분장으로 꾸민 팬들이 곳곳에서 등장, 취재진들의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졌을 만큼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날 일찍부터 현장을 찾은 조모(25)씨 역시 밤새 만들었다는 코스프레 의상을 입고 한껏 포즈를 취했다.
◆ 진행요원만 '1200명'
이날 기독교 단체 및 대학생총연맹 등이 나선 대규모 시위가 있을 거라는 우려와 달리 큰 대립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앞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기독교를 비하하는 가가의 내한공연은 즉각 취소돼야 한다"면서 성행위나 자살을 묘사하는 퍼포먼스, 생고기로 만든 옷 등을 그 예시로 든 바 있다. 예고된 시위와 군중의 안전을 의식한 듯 이날 현장에는 경찰인력을 포함 1200명의 현장 진행요원이 투입됐다.
◆ 곳곳에서 '1인' 시위
대규모 갈등 상황으로 이어진 집단 시위는 없었지만 차분한 기도 및 피켓 시위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통일교의 한 네덜란드인은 "레이디 가가의 공연이 여성의 순결함을 더럽힌다"면서 한글과 영어를 섞어 만든 종이 피켓을 들고 "제발 집에 가시오"라고 외쳤다. 또 여고생들 두 명은 천사 날개 조형물을 등에 단 채 바닥에 엎드려 공연 반대 기도를 드렸으며 직장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노란 표지에 "STOP! 돌아서면 삽니다"라고 적은 문구를 든 채 쏟아지는 입장 행렬을 향해 1인 시위를 벌였다. 한 트위터리안(아이디@NEW**)은 "공연장에 레이디 가가 반대 기도회"가 있었다면서 현장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 베일 벗은 '판타스틱' 가가
레이디가가의 이번 공연은 공연 선곡부터 콘셉트, 무대의상 등 모든 것이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다. 그만큼 콘서트 시작과 더불어 상상 이상의 파격과 충격을 동시에 주겠다는 전략이었던 셈.
이날 레이디가가는 말을 타고 등장한 이색적인 오프닝을 시작으로 자신의 왕국을 뜻하는 '킹덤 오브 페임(Kingdom of Fame)'이란 주제로 2시간 공연을 이끌어 갔다. 공연 전반이 금속성의 일렉트로니카 음향, 오페라스러운 보컬, 현악기가 교차하며 미래적인 분위기를 뿜어냈다.
무대 양편에 설치된 두 개의 스크린은 의외로 작아 스탠딩 관객을 제외하곤 무대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단점이 보이기도 했지만 무대 자체가 총 3개 층, 10m 높이의 중세시대 성 모양의 세트장으로 제작돼 엄청난 물량의 장비 규모를 짐작케 했다.
또 독특한 패션으로 악명을 떨쳤던 레이디가가답게 이날 공연에 10여벌이 넘은 의상을 선보였으며 뮤지컬을 연상시켰던 스토리 있는 무대 연출과 화려한 군무 역시 시선을 압도했다. 특히 2시간 내내 지친 기색 없이 전곡을 라이브로 완벽 소화한 그의 가창력에 팬들의 환호성도 폭발했다. 주최 측인 현대카드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뜨거웠던 현장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공개했다.
한편 레이디가가는 지난 2008년 첫 싱글 'Just Dance'와 두 번째 싱글 'Poker Face'를 연속으로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리며 세계적인 팝스타로 우뚝 섰다. 또 앨범 'The Fame Monster'으로 MTV 뮤직 어워드 8개 부문을 휩쓸었으며 2011년엔 새 앨범 'Born This Way'를 선보였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6번째 무대로 이뤄진 이번 공연 역시 지난 3월, 예매 시작 10분 만에 5만 장의 티켓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일부 기독교인들의 반대 시위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19금 판정' 탓에 난항을 겪는 듯도 했지만 순조롭게 막을 내렸다.
한국 공연 이후 레이디가가는 홍콩, 일본, 싱가포르, 프랑스, 영국, 스페인, 뉴질랜드, 호주 등 세계 11개국에서 월드투어 '본 디스 웨이 볼(Born This Way Ball)' 콘서트를 진행한다.
장인서 기자 en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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