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오주연 기자] "아유~말도 말아요, 아침부터 TV며 인터넷에서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다 뭐다 해서 손님이 통 없어. 가뜩이나 날도 덥고 비가 와서 고기찾는 사람도 없는데…."
25일 20년째 독산동 우시장에서 쇠고기를 팔고 있는 태성축산 오모(50)씨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고객들의 반감 때문인지 한우까지 덩달아 나가지 않고 있다"면서 "오늘 고기 사러 온 손님이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산 쇠고기는 물론 한우를 찾는 발걸음도 뚝 끊겼다.
이날 저녁 6시께 이마트 용산점 육류 코너에는 미국산·호주산 등 수입산 쇠고기가 매대에 나란히 놓여있었다. 그러나 고객들은 산지를 찬찬히 들여다보고는 휙 하고 제자리에 내던져놓았다.
육류코너 직원 송모(50)씨는 "광우병에 대해서 한국인들은 무슨 노이로제처럼 진저리를 치며 극도로 꺼리지 않냐"고 반문하며 "오후 2시에 교대하고 지금까지 쭉 서있는데 손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이 다시 재발하게 될 것 같다"면서 "오늘 유난히 고객이 없어 한우도 덩달아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녁 찬거리를 사러 온 주부 하금례(50)씨는 "예전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저렴하니까 잘 사먹곤 했는데 미국에서 광우병 걸린 소가 나왔다고 하니 좀 꺼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롯데마트에서는 자진해서 안 판다고 하던데 여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팔고 있다"며 "이것도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일 수 있다"고 말하곤 발길을 돌렸다.
같은 시각,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는 수입소고기 코너에 호주산 쇠고기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광우병 발병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일시 중단한 것이다.
롯데마트 정육 코너 담당자는 "원래 수입 쇠고기 매대에 3분의1 정도는 미국산 소고기로 채워지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아예 진열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장을 찾은 40대 한 여성은 "미국산 쇠고기는 예전부터 잘 먹지 않았다"면서 "당분간 수입산 쇠고기는 잘 찾지 않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주부는 "미국산 사기는 꺼려지는데 또 한우를 사기에는 너무 비싸고…. 쇠고기 먹기 참 쉽지 않다"고 전했다.
저녁 7시15분께가 되서는 홈플러스 독산점 육류코너 직원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매대에서 빼놓았던 미국산 쇠고기를 한 점 한 점씩 꺼내더니 다시 매대 상자에 넣고 랩을 씌워나갔다. 이날 오전 10시30분에 미국산 쇠고기 판매 일시 정지를 결정한지 8시간 30분만이다.
다시 판매해도 상관없냐는 질문에 홈플러스 육류코너 직원은 "아침까지는 일시 중단했었지만 지금 막 본사에서 판매를 재개해도 괜찮다는 연락이 왔다"며 "국내에서 유통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과 연 관성이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가셔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 광우병 관련해서 묻는 고객이 2명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은 그냥 아무것도 사지 않고 돌아갔고, 또 한 명은 호주산으로 대신 사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사육된 젖소가 광우병에 걸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대형마트들은 즉각 판매중단에 나서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롯데마트가 가장 먼저 소비자의 불안 심리를 감안해 미국산 수입 쇠고기 제품에 대한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고, 이어 홈플러스도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농림수산식품부가 광우병 쇠고기가 국내 수입될 가능성을 낮은 것으로 보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검역 중단'이 아닌 '검역 강화'로 결정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한다"며 이날 저녁 7시부터 판매를 재개했다.
이마트는 지속적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이윤재 기자 gal-run@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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