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시장경제 체제 상표권 훼손 우려"
주유소 "고착화된 유통구조 자율성 확대"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정부가 고유가 대책으로 석유제품 혼합판매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정유사와 주유 소 업계에서 혼합판매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혼합판매가 유가인하를 이끌어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유가 위기 속에 정부와 정유사, 주유소간에 셈법만 엇갈리고 있다.
19일 정부가 발표한 고유가 대책에 대해 정유사들은 이미 일정부분 예상했었다는 반 응이지만, 일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유사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 하 는 부문은 혼합판매 확대와 전량구매 계약에 대해 과징금을 물리겠다는 부분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시장경제 체제의 고유한 사적 계약과 그동안 정유사가 유지해 온 상표권을 훼손하겠다는 것"이라며 "기름값을 잡기위해 무차별적으로 마녀사냥을 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표했다.
전량구매 계약이란 정유사와 주유소간 계약을 체결하고 정유사는 주유소에 시설물이 나 자금을 지원하고 주유소는 정유사와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정유사의 강압적인 전량구매 계약 체결로 인해 석유 유통의 과점 구조가 형 성돼 기름값이 낮아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과점 구조를 없애고 혼합판 매를 확대해 주유소 가격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주유소 저장탱크 구분없이 여러 기름을 섞게 되면 정유사 가 품질관리를 해야할 필요성이 사라진다"며 "반대로 유사기름을 섞을 수 있는 위험 성은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사들은 고유의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광고와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사용했 다. 하지만 혼합판매가 확대되면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의 이미지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의 마케팅으로 할인, 적립 등 가격인하 효과가 있었다"며 "혼합판매로 인한 가격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유소 업계는 혼합판매가 가능하게 되면 고착화된 유통 구조를 벗어날 수 있 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지금도 일부 혼합판매 를 하고 있지만 정유사의 제재로 인해 음성적으로 이뤄졌다"며 "혼합판매가 활성화 되면 주유소는 제품 유통을 보다 자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혼합판매로 얼마나 가격을 낮출 수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혼합판매 확대로 정유사 브랜드를 믿고 주유소를 선택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덕한 서강대 교수는 "정유사의 상표권 침해는 상업적 재산권에 대한 문제"라며 "주유소가 얼마나 기름을 섞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소비자의 알권리도 침해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