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소비족 싼 주유소 찾아 삼만리..기름깞 아끼기 불법운행도
알뜰소비족 싼 주유소 찾아 삼만리..기름깞 아끼기 불법운행도
[아시아경제 산업부] #"예전에는 한번에 3만원씩 넣었는데 요즘은 5만~6만원씩 주유한다. 휘발유 가격이 언제 얼마나 오를지 가늠하기 힘들어 1회 주유량을 늘렸다." (서울 광진구 한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 이경수씨)
#"경차라서 연비가 싼 편이지만 단 십 원이라도 아끼고자 꼭 알뜰주유소를 찾는다. 서울의 셀프주유소와 휘발유 가격 차이는 30원 정도다."(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소재 알뜰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 박미정씨)
기름값이 끊임없이 오르면서 소비행태도 전략소비와 알뜰소비로 나뉘고 있다.
가격이 계속 오르다보니 한꺼번에 많은 량을 주유하는 전략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반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싼 주유소를 찾거나 셀프주유소를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1월6일부터 쉼 없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16일까지 102일 연속 상승했다. 2010년 10월10일부터 다음해 4월5일까지 178일 동안 오른 이후 두번째로 긴 기록이다.
◆만땅 넣어주세요…전략소비족 증가= 휘발유 가격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전략적 소비를 하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1회 주유량을 늘린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기름값이 비쌀 때 사라지던 '만땅'이 되돌아왔다. 소비자들의 경우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기름값이 비쌀 때는 평소보다 적게 넣지만 최근에는 기름값이 매일 오르다보니 하루라도 빨리 많이 넣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휘발유를 절반 정도 채우는 것이 기름값을 아끼는 비결로 알려졌던 것과는 다른 소비행태다.
정대호 GS칼텍스 낙성점 팀장은 "주유하는 차량은 줄었어도 사람들은 내일 또 얼마나 휘발유 값이 오를지 몰라서 한 번에 많이 넣는다"며 "1만원을 넣던 사람들이 3만~4만원 어치를 넣고 있으면 만땅 주문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분당에 거주하는 회사원 주영규씨는 비싼 사무실 인근 주유소 이용을 자제하는 전략보시를 하고 있는 경우다. 그는 주유할인카드로 비씨카드를 사용하며 최대한 복잡한 시내까진 들어오지 않는다. 집 근처 셀프주유소만 이용하는 것도 주씨만의 주유 비용 절약 노하우다. 주씨는 "예전에는 회사 근처인 서울 강남 일대나 고속도로 주유소 등을 종종 이용했지만 요즘은 집 근처 셀프주유소만 간다"며 "휘발유 가격이 싼 곳을 찾으러 다니는 것 보다 집 근처서 직접 주유한 후 이동하는 것이 경제적 비용은 물론 시간도 절약하는 길"이라고 귀띔했다. 이 곳에서 만난 또 다른 고객도 "주유소 올 때마다 세차도 같이 되는 곳을 이용해 비용절감을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싼 주유 찾아 삼만리…알뜰소비족 늘어= 지난 15일 찾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주유소. 입간판에 적힌 보통 휘발유 가격은 ℓ당 2375원으로, 덕양구 내에서 가장 싼 곳이다. 일요일 오후지만 주유원들이 주유기 사이를 바쁘게 뛰어다니며 오는 차들을 맞이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의 최고가 주유소인 여의도동 SK경일주유소의 주유기 6대는 좀처럼 한꺼번에 가동되지 않았다. 덕양주유소는 최근 들어 손님이 더욱 늘었다고 한다. 김태우 덕양주유소 부장은 "전보다 2만~3만원씩 소액으로 주유하는 손님이 늘었다"며 "제휴할인카드에 대한 문의도 전보다 늘었고 적립카드의 사용빈도도 늘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 광진구 능동의 평안주유소도 북새통을 이뤘다. 이 곳의 기름값은 휘발유 ℓ당 2032원, 경유 1826원이다. 저렴한 주유소로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먼 거리에서 찾는 고객이 늘었다는 게 주유소 관계자 얘기다. 작년 겨울부터 이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는 주유원 김명정씨는 "100일 전과 비교하면 지금이 손님이 많다"며 "기름 값은 더 비싸졌지만 그나마 이 지역에서 싼 곳이란 입소문이 나면서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셀프주유소와 알뜰주유소도 찾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다. 도곡동에 사는 김현준씨는 GS칼텍스 낙성점 셀프주유소를 이용하고 있다. "지나다니는 경로에서 가장 싼 곳이라 이곳에서 넣는다. GS카드 적립되고, 할인되니까 한 곳에서만 주유한다"고 말했다. 김 씨 외에도 이곳 주유소는 최대 5분에 한 대씩 쉴 틈 없이 주유하려는 차들로 가득했다.
서초구 양재동 알뜰주유소 하나로농협주유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 주유소는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78원이었다. 오용구 하나로농협주유소 소장은 "기름 값 오른 만큼 매출 오른다"며 "인근 주유소보다 싸니까 알뜰주유소라는 광고를 하지 않아도 지나가다 이곳에 가장 많이 들린다"고 밝혔다. 오씨는 "오늘은 주말이라 그나마 조용했지만 평일에는 북적인다"고 했다.
◆"불법이지만 어쩔 수 없죠"= 기름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면서 기름값을 절약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소비자도 눈에 띈다.
운송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는 2.5t 트럭으로 수원에서 충남 공주까지 하루 500km 정도를 오간다. 기름값이 암만 치솟아도 운행을 멈출 수 없는 김씨가 연비를 줄이는 비법은 다양했다. "일단은 정속주행이죠." 원래는 90km/h 운행하던 걸 70km/h 로 줄였다. "기사 중엔 등유 타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루 일당에서 기름값을 제외한 몫이 수익으로 남으니,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게 된다. 김씨는 기자에게 '이건 비밀'이라며, "최근 스페어타이어를 뺐다"고 말했다. 운송트럭이 스페어타이어없이 달리는 건 불법이다.
산업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