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방송인 김구라(본명 김현동·42)가 지난 2002년 종군위안부를 윤락여성에 빗댄 막말 발언을 반성하며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연예인 동료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일부 연예인은 김구라에게 하차 결정을 접으라고 회유하고 있다.
윤종신은 17일 새벽 트위터에 "많은 분들의 꾸짖음에 인정하고 사과하고 고개 숙인 김구라를 바라보는 마음이 내내 안 좋았습니다. 5년동안 함께 일한 동료로서..다들 공개적인 언급을 피할 수 밖에 없는 이별이 못내 아쉬워…이 새벽에 트윗합니다. 본인 다짐대로 자숙의 시간 잘 보내고…그 동안 수고했고 고마웠다 '라디오스타'"라는 글을 남겼다.
"다들 공개적인 언급을 피할 수 밖에 없다"는 문장은 발언의 정도가 심해 섣불리 김구라를 두둔할 수도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네티즌은 윤종신 트윗의 "고마웠다 '라디오스타'"라는 마지막 문장이 메인 MC 김구라가 빠지면 프로그램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다는 뜻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방송인 김미화는 조금 더 적극적인 김구라 구원에 나섰다. 그는 "구라야 은퇴 하지 마라! 누나랑 손잡고 할머니들께 가자. 가서 큰절 올리고 안아드리자. 누나가 할머니들 홍보대사이고 딸이다. 할머니는 어머니고, 어머니는 아들의 과거허물 다 용서하신다. 그게 어머니 마음이다"라며 김구라가 종군위안부 피해자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것을 권했다. 김미화는 또 자신을 욕하는 악성 트윗을 공개하며 "누나 지금 운다. 널 용서할 수 없다면 이 사람들도 용서할 수 없는거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영화감독 장진은 "김구라, 방송 하차! 알겠고, 이해되고, 당연한 거고, 심지어 다행인 거고. 근데 이상하게 기분 드럽네. 김구라가 8년 전에 써놓은 일기가 발견 된 것도 아니고. 다 알면서 지금까지 기사 쓰고 방송 출연시키고 광고 섭외해 놓고, 그분들 모두 사기당하신 거야?"라며 김구라 하차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상하게 기분 더럽다"며 "이런 사안엔 핑계가 필요 없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죽일라 덤벼들면 물어뜯으라고 목덜미 까 주는 게 속 편하다. 그게 김구라식이고 싸우며 큰놈들은 그게 어울린다. 김구라는 반나절도 안 되어 이렇게 물러난다"고 분개했다. 그는 "(아내와 통화하며) 잘못한 건 맞으니 하차선택은 잘 한 거라 얘기해 줬다. 와이프 불안한 목소리로 오빠도 조심해요 란다. 그 목소리가, 참, 슬펐다"고 덧붙였다.
정치계에도 김구라 막말 발언 불똥이 튀고 있다. 배우 정찬은 "도대체 연예인들에게 들이대는 공소시효도 없고 사생활도 무시하는 대중의 잣대는…그 잣대만큼만 당신들이 지지하고 투표한 정치인들에게도 들이 대시라고! 아니 김구라씨가 막말방송 한거 몰랐어요! 현재진행형 성추행 논문표절보다 극악한 과거인건가?"라는 트윗을 올렸다. 최근 논문 표절과 제수씨 성폭행 시도 논란을 빚고 있는 새누리당 문대성, 김형태 국회의원 당선자에 대해선 침묵하면서 김구라의 과거 발언은 유독 문제삼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미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