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17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종전보다 0.2%포인트 높여 잡았다. 지난 1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놓은 뒤 석 달 만이다.
IMF는 선진국과 신흥국 그룹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나란히 0.2%포인트씩 올렸고, 세계 경제의 문제아가 된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도 이만큼 높여 잡았다. 상향 조정의 근거는 국제사회의 적절한 정책 대응, 그리고 '세계의 지갑' 노릇을 해온 미국의 경기 회복세다.
IMF는 2013년 세계 경제성장률도 지역과 그룹, 국가별로 최대 0.4%포인트까지 상향 조정했다. 단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처럼 올해 3.5%, 내년 4.0% 그대로 유지했다.
IMF는 이날 오전(워싱턴 현지시간) 공개한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장기저리대출(LTRO)과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지원 결정 등 국제사회의 정책 대응이 적절했고, 미국의 경기지표가 개선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다소 완화됐다"며 전망치 상향 조정의 근거를 설명했다.
IMF는 그러면서도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세계 경제의 전망은 점차 밝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매우 취약한(fragile) 상태"라며 "신흥국의 성장세가 기대했던 것만 못하고, 유로존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계속되고 있어 하방위험(경제가 뒷걸음질 칠 가능성)또한 남아있다"고 했다.
특히 유로존에서 급격한 부채 줄이기가 시도되고, 정책대응이 미흡한 경우 "향후 2년 동안 세계 경제성장률은 2%포인트, 유로존의 성장률은 3.5%포인트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제유가 급등이 부를 최악의 시나리오도 공개했다. IMF는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심화로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50% 오른다면, 앞으로 2년 동안 세계 경제성장률은 1.25%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급격한 상황 변화를 가정한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지 않을 경우, 선진국 그룹에서 유로존이 올해 -0.3% 성장해 완만한 침체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성장률은 종전보다 0.3%포인트 높은 2.1%로 점치며 지표 개선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신흥국 가운데는 역시 중국의 활약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IMF가 보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 상승폭은 8.2%다. 반면 신흥국 그룹을 이끄는 또 다른 축, 인도의 성장률 전망치는 1월보다 0.1%포인트 낮춰 6%대로 끌어 내렸다.
한국에 대한 평가는 종전과 같았다. IMF는 올해 3.5%, 내년 4.0%로 점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에 따라 한국 경제에도 온기가 전해지겠지만, 높은 대외 의존도를 고려할 때 급변 가능성을 상쇄할 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IMF는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에 맞는 정책을 택하라는 조언도 했다. 선진국에는 "빚을 줄이라"고 했지만 "급격한 변화는 안 된다"고 했다. "긴축속도를 조절하면서 장기적으로 빚을 줄이고, ECB는 경기가 꺼지지 않도록 추가 금리인하와
국채매입프로그램(SMP) 도입 등 전례없는 수단도 계속 쓰라"고 권했다.
신흥국에는 "경기 과열을 경계하라"며 "과도한 부양책을 써선 안 된다"고 했다. IMF는 "빚이 늘어나는 것과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조심하라"면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주문했다. 한국 등 거시정책 여력이 있는 나라는 기준금리를 올리라는 의미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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