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15년 전. 기자는 진해에 살고 있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이즈음에 한 모임에서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분들과 만나게 됐다.
노키아라는 회사에 다닌다고 했다. 무슨 회사냐고 물으니 휴대폰을 만든다고 했다. 인근 마산에 공장을 둔 이 회사는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외국계 투자기업이라고 했다. 어느 나라 기업이냐 물으니 핀란드 회사라고 했다.
생소했다. 핀란드라는 먼 나라의 기업이 한국까지 와서 왜 휴대폰을 만드는지 의아했다.
기자가 이렇게 이 회사를 알게 된 이후, 이회사는 전세계 휴대 전화 시장의 왕좌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을 쌓았다. 전세계인이 노키아의 휴대폰을 썼다. 선진국부터 저개발국까지, 고가부터 저가까지 다양한 시장을 장악했다.
그런데 지난 16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 회사의 투자 등급을 투자적격단계의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14년만에 노키아가 휴대폰 시장의 왕좌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주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몇 일만의 일이다.
노키아가 휴대폰 시장의 1위에 올랐다 2위로 주저 앉게된 14년의 기간 동안 벌어진 일은 놀라운 변화다.
노키아는 불과 4년여 만에 애플의 공세앞에 힘 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런 애플과 공격적으로 승부를 벌인 삼성전자는 모바일 혁명 시대의 양대 축으로 거듭남과 동시에 과거 저만치 멀게만 봤던 노키아마저 제치는 수확을 거두게 됐다.
남다른 혜안으로 가야할 길을 파악하고 선도적인 리더십하에 경쟁을 벌인 결과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자. 2010년 국내에 아이폰 도입시 국내 업계는 부정적이었다. 국내 휴대폰 산업이 말살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결국 적극적으로 경쟁에 나서며 승리를 일궈냈다.
승리의 결과는 당연히 달다. 애플은 세계 최고 가치의 기업이 됐고 삼성전자의 주가 역시 사상최고치를 달성했다.
두 기업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왜냐면 이들이 변화시킨 세상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키아가 1위이던 시절과 지금은 많은 차잇점이 있다. 소셜네트워크 페이스북이 직원수 13명, 창업 18개월에 불과한 앱 제작사 인스타그램을 1조원에 사들여 청년 갑부를 탄생시켰다는 다는 사실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을 통해 만들어 지고 있는 생태계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청년들이라고 세계인들을 흥분시키는 '앵그리버드'와 같은 게임을 만들지 못하란 법은 없다. 우리 청년들의 열정과 능력은 분명 높이 살만하다. 마침 그들의 아이디어와 능력을 사겠다는 엔젤투자에 대한 열기도 커지고 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제2의 인스타그램이 한국에서 나올때 한국 산업은 삼성이 노키아를 꺽은 것과 같은 진화의 신호탄을 쏠 것이다. 그때를 기다려본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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