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하나로 4억달러(약4576억원) 번 청년CEO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무료 앱 하나로 창업 17개월만에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창조해낸 인물. 28세에 직원이 겨우 12명인 작은 기업을 실리콘밸리의 성공신화로 일궈낸 인물.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 제공업체 인스타그램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케빈 시스트롬(사진)이 바로 그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은 지난 9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10억달러면 모바일 앱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인스타그램 지분 40%를 보유한 시스트롬은 이번 계약으로 4억달러나 챙기게 됐다.
애초 인스타그램의 실제 매각 가격은 5억달러로 추산됐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로 하여금 추정가의 배나 되는 가격으로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도록 만든 시스트롬의 비결은 무엇일까.
시스트롬은 페이스북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된 모바일 사진 서비스를 파고 들었다. 인스타그램은 한마디로 사진 기반 SNS 앱이다. 사용자는 인스타그램에서 원본 사진을 보정한 뒤 이를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다른 이용자와 공유할 수 있다.
여기 사용된 핵심 기술이 필터다. 이는 사실상 시스트롬이 샌프란시스코 소재 여행가이드 업체 넥스트스톱에 근무할 때 개발했다. 평소 사진 찍는 걸 즐기는 그는 모바일 사진의 유망성에 주목했다. 26세의 시스트롬은 낮이면 평범한 직장인으로, 밤이면 공학도로 창업의 꿈을 키웠다. 그는 끊임없는 연구 끝에 인스타그램의 전신인 '버븐'이라는 앱을 탄생시켰다.
버븐은 사진 및 비디오 업로드, 북마크, 게임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시스트롬이 강조한 것은 단순화다. 버븐의 기능이 복잡하다고 판단한 그는 여러 기능을 사진 서비스 기능 하나로 집약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인스타그램이다. 시스트롬은 2010년 사진 공유 앱 서비스를 시작했다. 벤처캐피털업체 바셀린과 안데르센 호로비츠로부터 자금도 끌어들였다.
2010년 10월 애플 앱스토어에 처음 선보인 인스타그램은 지난 4일 안드로이드 버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마켓에 등록된 지 하루만에 다운로드 100만건을 넘어섰다. 분당 2000명 이상이 내려받은 셈이다. 인스타그램 무료 앱은 출시 이래 아이폰에서만 30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했다. 안드로이드 버전 출시 이후 이용자는 5000만명을 넘어섰다.
페이스북의 최대 약점인 모바일 플랫폼을 파고 들며 창업 17개월만에 무섭게 성장한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으로서는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저커버그가 프리미엄까지 얹어가며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은 이 때문이다. 잠재적인 경쟁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시스트롬은 우등생이 아니었다. 고교 시절 그가 수강한 컴퓨터 관련 수업은 수학이 전부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영학과 엔지니어링을 전공했지만 전산학에서 좌절을 느꼈다. 2006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팟캐스트 서비스 업체 오데오에서 인턴으로 일한 뒤 구글에서 3년 근무했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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